[이슈 인 심리학] ‘범죄 설계’하는 10대들…고양이 복사와 배변훈련

[이슈 인 심리학] ‘범죄 설계’하는 10대들…고양이 복사와 배변훈련

기사승인 2015-03-23 10:13:00

지난 20일 서울 금천경찰서에 따르면 10대들이 성인 남성의 폭행한 후 돈을 뜯어내고 협박까지 한 혐의로 검거됐다. 이들은 모바일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2대1 ‘조건 만남’을 미끼로 30대 남성을 모텔로 유도했고, 방에 들이닥쳐 “내 여동생인데 무슨 짓이냐”면서 때리고 돈을 가져가고 집까지 찾아가 협박을 했다. 이런 가출 청소년들의 철저한 ‘역할 분담’ 범죄에 걸려든 남성은 성매매를 하려한 사실이 알려질까봐 신고도 못했다.

이보다 앞서 중학생들이 신용카드를 위조해 사용했다가 검거됐다는 소식도 있었다. 이런 행각들은 단순히 혈기 왕성한 나이 때 일어나는 ‘우발적’ 사고가 아니다. 10대들이 ‘계획적’ 범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거의 ‘범죄 설계’ 수준이다.

‘10대들 범죄’의 핵심 중 하나는 모방범죄(copycat crime)이다.

여기서 ‘모방(copycat)’은 서양에서 음흉하고 부정적인 의미를 상징하는 고양이(cat)와 따라하거나 복사한다는 의미의 ‘copy’가 합쳐진 것이다. 모방범죄(copycat crime)와 모방자살(copycat suicide), 모방범죄자(copycat killer) 등으로 사용된다.

‘청년기(Adolescnece; 1904)’, ‘청년(Youth; 1906)’을 쓴 심리학자인 스탠리 홀(Stanley Hall)은 이 청소년 시기를 ‘질풍노도의 시기(a period of storm and stress)’라고 말했다. 성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동도 아닌 애매한 시기이다. 신체는 성인과 흡사할 수 있지만 인지와 감정은 성인이 아닌 것이다.

청소년 심리 발달학 이론을 연구한 심리학자 에릭슨(Erikson)은 청소년기에 최대의 발달 과업은 ‘자아정체감의 확립’이라 했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학습’에 의한 것이다. 보고 들은 것을 따라하면서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자아정체의 핵심은 ‘모방(imitation)’이다. 특히 생후 36개월까지는 부모의 모든 것을 흡수하고 6세까지는 흡수했던 모든 것을 표현한다. 그 이후 12세까지는 사회기술과 성적 자기인식을 발달시킨다. 6세에서 12세까지를 잠재기(latency stage)라고 부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아를 형성하는 핵심요소가 바로 ‘모방’인 것이다. 12세 이전까지 ‘무엇을 모방했느냐’에 따라 사춘기행동의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다.

배변훈련(Toilet training)도 10대들 범죄에 영향을 미친다.

10대들의 성범죄는 구강기 다음 단계인 항문기(anal stage)와 관련이 깊다. 항문기는 ‘배변훈련’ 기간을 말한다. 생후 1년 6개월에서 36개월까지를 항문기(anal stage)라고 말한다. 이 항문기 때 배변훈련은 기다림과 조바심, 여유와 신경증과 같은 대비되는 태도를 선택하게 만든다. 부모가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성장해서 똑같은 모습을 타인에게 드러낸다. 배변훈련 때 조바심을 보이고 신경증을 지속적으로 보인 자녀는 성장해서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조바심과 신경증을 그대로 표출하게 된다. 항문기 때 부모에게 받은 비언어적 무늬를 몸에 새겨놓고 자신도 모르게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10대들 즉 청소년들의 범죄는 단순한 10대라는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에 그들에게 말과 행동을 새겨놓은 부모,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사건과 과정을 노출하는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은 부모의 말과 행동을 모방하기도 하지만 TV와 스마트폰에서 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기도 한다. 절제 없이 노출되는 성적인 표현과 사진 그리고 범죄의 과정이 생각과 감정을 조절하기 힘든 청소년들에게 모방범죄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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