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군이 가담한 IS, 그들은 왜 인질에 ‘오렌지색’을 입힐까

김 군이 가담한 IS, 그들은 왜 인질에 ‘오렌지색’을 입힐까

기사승인 2015-03-23 17:11:56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잔혹한 ‘공개 처형’ 영상이 인터넷과 뉴스 매체를 통해 전파되면서 전 세계를 공포로 충격과 경악으로 몰아넣고 있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검은 두건 뒤의 섬뜩한 눈빛으로 대변되는 그들은 처형을 앞둔 인질에게 언제나 오렌지색 옷을 입힌다. 도대체 그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본의 손 꼽히는 중동전문가인 이케우치 사토시 나고야 대학 교수의 저서 ‘그들은 왜 오렌지색 옷을 입힐까’에 따르면 IS가 인질에게 오렌지색 옷을 입히고 카메라 앞에서 말하게 한 다음 처형하는 방식은 이라크 전쟁 후에 정착된 이른바 ‘테러 문화’의 양식을 따른 것이다.

9·11 테러 사건 이후 미군은 적성 전투원으로 간주된 이들을 구속해 쿠바 관타나모 미군 기지 내 수용소에 감금했다. 이때 수용자들이 입은 죄수복의 색깔이 바로 오렌지색이었다. 이라크의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 찍은 포로 학대 사진이 유출됐을 때도 죄수복은 오렌지색이었다.

이 같은 배경에서 반미 무장세력 사이에서는 서양인을 구속해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히고 굴욕을 준 다음 처형하는 것이 이른바 ‘양식’으로 정착된 것이다. 이는 미군이 이슬람교도에게 자행한 부당 대우에 분개하는 사람들의 눈에 참수나 처형 영상의 공개 행위가 정당해 보이도록 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기도 하다.

IS는 지난 1월 터키에서 실종된 우리나라 김모 군(18)이 가담해 훈련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국정원은 김 군이 현재 IS에서 훈련받고 있으며 이는 5월까지 계속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군이 최종 테스트에 통과할 경우 실제 ‘테러 요원’으로 활동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김 군이 낙오할 경우 전문가들은 세계 각지의 IS 포로와 교환하는 데 쓰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에는 IS가 이탈자를 스파이로 몰아 처형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네티즌들이 사이에서 이 같은 상황이 김 군에게 닥쳐올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IS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는 중동·아프리카의 정세나 이슬람 관련 이슈들이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금까지 멀게만 느껴졌던 이슬람 무장 세력과 이들이 벌이는 납치·인질·테러 등의 사건들이 국내에도 충분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IS가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전사 모집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제2, 제3의 김 군이 추가로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영국에서는 여학생들이 IS 대원과 결혼하겠다며 시리아로 입국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제 ‘이슬람국가’라는 충격적 현상은 분쟁과 내란에 휩싸여 있는 중동 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 유인 선전물에 혹하는 10대들이 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이슬람국가에 스스로 가담하는 사태가 다시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IS는 대체 어디에서 나타나, 어떻게 지금과 같은 조직 규모와 영향력을 갖추게 됐을까.

책에서는 이슬람국가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향후 그들이 추구하는 목표, 그리고 앞으로 세계가 그들의 잔인한 행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꼼꼼히 분석한다.

이 책에 따르면 IS의 탄생에는 2003년의 이라크 전쟁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자신들을 ‘이라크·샴 이슬람국가 ISIS’라고 불렀던 이 집단은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혼란을 틈타 이라크에 새로운 거점을 형성했고, 조직 개편·합병·개명을 반복한 끝에 지금의 ‘IS(이슬람국가)’가 됐다.

이 책에는 IS가 미디어를 통해 공개하는 잔혹한 공개 처형 영상에 어떤 노림수가 숨어 있는지, 그들은 왜 테러를 자행하는지, 왜 젊은이들이 이슬람국가(IS)로 몰려드는지, 이슬람교와 어떤 관계인지에 대한 흥미로운 실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 세계를 슬픔과 공포로 몰아넣은 광기 어림, 검은 두건 뒤 IS의 실체와 이슬람 정세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살펴볼 만하다.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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