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생존자들 “‘패잔병’ ‘죄인’ 낙인에 자살까지 생각… 56% 살기 힘들어”

천안함 생존자들 “‘패잔병’ ‘죄인’ 낙인에 자살까지 생각… 56% 살기 힘들어”

기사승인 2015-03-24 02:00:55

[쿠키뉴스=김민석 기자] 천안함 폭침 사건 5주기를 나흘 앞둔 22일 생존자들의 심경을 담은 설문 인터뷰가 공개됐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대한민국호국보훈협회가 천안함 생존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뷰 및 대면조사 자료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56%가 “살아나가는 게 어렵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는 답은 25%였다. 일부 생존자들은 자신이 ‘패잔병’으로 낙인찍힌 채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여전히 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생존자 A씨는 “자살까지 생각했지만, 부모님·친구들을 생각해 못 죽었다”며 “그래서 마냥 웃고 즐거운 척하며 버텼지만 3월이 되면 숨기기 어려워지고, 5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똑같다”고 말했다.

현역 B씨는 “아직도 사회 전반에 천안함은 ‘경계에 실패한 패잔병’이라는 인식이 만연하고, 그런 인식이 고위층에서도 상당하다”며 “‘보상 얼마나 받았어’ ‘너희는 인사이동 신경 안 써도 되잖아’와 같이 무심코 던진 말에 당사자들은 화가 많이 난다”고 했다.

생존자 C씨는 “지금도 순간순간 ‘욱’하고, 잠을 자는 상황에도 악몽에 시달린다”며 “엘리베이터도 혼자 타지 못하고, 방에 불을 켜고 방문을 활짝 열어놓고 잔다”고 했다. C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면 기록이 남고, 이 때문에 취직이 안 될 것 같아 두렵다”고 덧붙였다.

호국보훈협회는 “천안함 생존자들 중 심각한 부상으로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3명을 제외하고는 국가로부터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금이라도 정신적 치료를 받겠다는 병사가 50%로 나타났다. 반면 44%는 “형식적인 상부 보고를 위한 치료라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천안함 폭침 사건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 때문에 치료를 받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호국보훈협회의 이번 조사에는 천안함 생존자 중 현역(32명)도 상당수 참여했다. 협회는 이번 조사의 참가 인원과 구체적 신상에 대해 “천안함 폭침 사건을 둘러싼 우리 사회 일부의 편협성과 군사적 비밀 유지를 위해 밝힐 수 없었다”고 밝혔다.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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