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이명박 음모론’까지…왜 대중은 연예인 연애·결혼에 눈과 귀를 빼앗길까

[이슈 인 심리학] ‘이명박 음모론’까지…왜 대중은 연예인 연애·결혼에 눈과 귀를 빼앗길까

기사승인 2015-03-24 12: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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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예인들의 열애, 결혼 관련 기사가 2~3일씩 포털 검색어에 올라있다. 연예인 소식은 내용에 따라 그 날 하루의 모든 이슈를 ‘지배할’ 정도로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는다.

이러다보니 이민호·수지, 류수영·박하선 커플의 열애 소식 등이 전해진 이유가 이명박 정부의 2800억 비리 의혹을 덮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오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연예인들의 열애나 결혼과 같은 경조사에 관심이 대중의 심리적 배경은 과연 뭘까.

심리학 용어 중에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라는 게 있다. 약효가 없는 약을 먹고도 효과 때문에 병이 나아진 것 같은 현상을 말한다. 우리말로 하자면 ‘가짜 약 효과’다. 약에는 생물학적 효과를 가지고 올 성분이 없는데도 효과가 있다고 믿게 만드는 ‘심리적 영향’을 노리는 것이다.

대중들이 연예인들의 소식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 중 하나도 이 ‘플라시보 효과’이다. 특히 결혼의 경우 좋아하는 연예인이 사랑하는 대상이 생겼다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을 위로받는 효과를 가지게 된다.

물론 반대인 경우도 있다. 이것은 ‘노시보 효과(Nocebo)’라고 한다. 실제로는 무해하지만 해롭다는 정보를 주면 약을 먹는 사람은 해롭다는 믿음 때문에 진짜로 그 영향을 받는다. 팬으로서 좋아하는 연예인이 결혼을 하거나 연예사실이 밝혀지는 경우에는 자신과 무관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을 떠난 것과 같은 믿음 때문에 몸이 아프고 마음이 힘들게 된다.

또 다른 이유는 ‘대중적 관음증(voyeurism)’에 있다. 옥상에 올라가 지나가는 타인을 몰래 관찰하면서 즐거워하는 것이나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을 관찰하면서 기뻐하는 것은 미디어 관음증에 해당한다. 연예인들을 좋아하고 그들의 생활을 몰래 볼 수 있게 도와주는 기사나 <디스패치>의 보도와 같이 연예인들이 사랑을 나누는 과정을 시간의 순서와 장소의 경로까지 공개해가며 상세히 보여주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대중적 관음증을 만드는 요인들이다. 이런 과정은 마치 대중들이 옥상에서 타인의 행동을 몰래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현상과 같다.

관음증은 중독이 되면 더 상세하고 더 깊은 곳까지 눈으로 확인 하고 싶어진다. 이 과정이 과해지면 더 이상 재미나 기쁨이 생기지 않는 부작용도 온다. 연예인들의 사생활 공개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순간 대중들은 중독을 넘어서 당연한 일상으로 여길 수도 있다. 마치 영화 트루먼 쇼에서 하루 24시간 주인공의 삶을 생방송하는 것을 아무런 생각 없이 시청하는 대중들과 흡사한 것이다. 영화 트루먼 쇼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우리는 누구나 보여 지는 세상이 진실이라고 믿고 살기 마련입니다.(We accept the reality of the world with which we're presented.)”

마지막으로 집단의 압력에 의해 개인이 태도와 행동을 변화시키는 현상인 ‘애쉬효과(asch effect)’도 하나의 원인이 된다. 이것은 동조현상이라고도 한다. 남이 보니까 나도 보는 것이다. 개인은 결국 집단에 속해 있기 때문에 따라가는 현상을 나타낸다. 포털 사이트를 통해 집단적으로. 일제히 보도되는 연예인들의 열애와 결혼과 같은 기사에 대중 속 개인은 기사를 보고 댓글의 흐름에 맞게 쓰는 동조현상에 휘말리게 된다. 이런 현상에서 보면 자신의 생각이 집단의 생각에 맞추게 된다. 내가 아닌 집단 속의 또 다른 내가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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