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응한 대화의 농도 수위는 갈수록 높아졌고, 급기야 여성은 자신의 알몸까지 보여줬다. 자신도 모르게 ‘모바일 불륜’에 빠져든 A씨는 여성의 요구에 자신도 알몸을 보여줬다.
채팅 도중 여성은 “목소리가 듣고 싶은데 잘 들리지 않는다. 프로그램을 보내줄테니 설치하라”며 파일을 넘겨줬고, A씨는 의심없이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설치했다.
그 순간 자신의 휴대전화 안에 있던 연락처를 포함, 개인정보가 이 여성에게 고스란히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A씨는 알지 못했다.
며칠 뒤 A씨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정체는 중국 피싱 사기단이었다. 음란채팅을 한 영상을 가지고 있으니 돈을 달라는 것이었다.
하루종일 부인과 함께 장사를 하는 A씨는 전화가 걸려올 때마다 불안에 떨었고, 결국 10여차례에 걸쳐 3000만원을 사기단에 보냈다.
또다른 피해 남성 B(23·기혼)씨는 같은 수법으로 협박받아 110만원을 보낸 뒤에도 돈 요구가 이어지자 사기단에게 “마음대로 해보라”고 말다툼을 했다.
이내 사기단은 B씨 장인에게 음란채팅 영상을 보냈고, 이로 인해 B씨는 이혼당했다.
이렇게 사기단에 당한 남성들은 16세에서 59세까지 다양했다.
사기단은 돈이 없는 학생이나 무직자에게는 본인 명의의 통장을 2∼5개씩 개설해 보내도록 했다. 대포통장으로 쓰기 위해서다.
최근 사기단 사이에서 대포통장은 개당 100만원 안팎으로 거래된다.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몸캠 피싱 사기로 돈을 뜯은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진모(26·중국 국적)씨 등 5명을 구속하고, 김모(26)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구속자 가운데 귀화한 중국인 환전상 등 3명은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진씨의 피싱 사기 피해금 20억원을 포함, 무려 310억원을 중국으로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