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직장에서 동료와 자주 다투고 갈등을 빚는 것이 ‘해고사유’가 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마용주 부장판사)는 방문간호사로 일해온 A씨가 “부당한 해고를 당했다”라며 경기도 화성시의 방문건강관리사업 위탁업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2007년 4월부터 화성시의 방문간호사로 독거노인이나 취약계층을 직접 찾아 건강을 관리해주는 일을 한 A씨는 동료 간호사들과 관계가 좋지 못했다.

그는 동료들과 의견충돌을 빚거나 다투는 일이 잦았고, 결국 한 동료와는 고성·폭언을 주고받는 사건까지 일어나 사유서를 쓰기도 했다.

방문건강관리센터장은 문제가 커졌다고 판단하고 2012년 8월에 모든 직원을 상대로 동료평가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지했고, 이에 따라 그해 12월에는 동료평가와 실적평가, 만족도 조사 등을 분석해 하위 10%는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알렸다.

A씨는 이후 동료평가 등에서 하위 10% 평가를 받아 2013년 1월 재계약이 거부됐고, 이에 부당해고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가 1년 단위로 재계약을 맺어온 기간제 근로자이지만, 계약이 갱신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은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업체 입장에서는 재계약을 거절할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는 동료들과 잦은 다툼을 벌여 갈등관계에 있었고 그로 인해 다수의 동료들이 A씨와 근무하기를 꺼리는 등 근무 분위기를 저해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동료 간호사 16명이 A씨에 대해 ‘동료와 심한 언쟁과 싸움을 벌였고, 상당수 동료들이 A씨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며 근무의욕을 상실하는 모습을 봤다’거나 ‘복직하면 또다시 많은 갈등과 다툼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대부분 A씨의 복직을 반대하는 취지의 의견서를 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는 동료와 불화로 다른 지소로 재배치 됐지만 또다시 다른 직원들의 업무에 방해될 정도로 잦은 다툼을 벌였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원고의 평소 근무태도와 동료들의 평가 결과 등을 고려하면 재계약을 거부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방문건강관리사업이 위탁으로 운영되면서 발생한 실적 과대 포장 등과 같은 문제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을 뿐 다른 간호사들과 감정싸움을 한 적이 없는데 업체에서 낙인을 찍어 해고한 것”이라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그는 동료평가에 대해서도 얼굴도 한 번밖에 보지 못한 사람이 평가에 참여하는 등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