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금지약물(테스토스테론)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와 18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한국 수영의 간판 박태환(26)이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27일 서울 송파구 잠실관광호텔 지하 1층 연회장에서 세계수영연맹(FINA) 청문회에 같이 출석했던 우상윤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태환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해 9월 초 실시한 약물검사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약물이자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된 사실이 알려진 이후 처음이다.
다음은 취재진과 박태환의 일문일답
-- 2013년 10월 말 검사에서 호르몬 수치가 낮게 나왔다. 병원은 2013년 12월에 주사를 놨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인가. 아니라면 왜 2013년 10월 검사에서 호르몬 수치가 낮게 나온 것을 알고도 이듬해 7월에 가서야 주사를 맞았나.
▲ 저는 호르몬 수치가 낮았다는 얘기를 2014년 9월 3일에 도핑 양성 결과가 나온 이후가 돼서야 그 병원 의사에게서 듣고 알게 됐다. 2014년 7월 29일 이전에는 주사를 맞지 않았다. 2013년 12월에는 주사를 맞았다는데, 2014년 1월 도핑 검사에서도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 네비도는 남성갱년기 치료제다. 남성호르몬 수치 검사 결과에 따라 투약을 하는데 남성호르몬 치료제라는 것을 전혀 몰랐나.
▲ 몰랐다. 혈액검사를 해서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게 나왔다고 했는데, 혈액검사를 한 것은 맞지만 그 결과가 나온 건 몰랐다.
-- 어떤 치료인지도 모르고 치료를 받았다는 건가.
▲ 당시 전 호르몬 진료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피부 관리를 위해 그 병원을 소개 받아서 가게 된 것이다.
-- 피부 트러블도 결국 치료가 행해지는 과정 아닌가. 의사는 어떤 치료인지 고지해야 하고 환자 본인도 물어봐야 할 의무가 있는 것 아닌가.
▲ 전 수영을 하기 때문에 피부가 굉장히 건조하고 얼굴도 많이 붉다. 그래서 병원에 갔다. 관리를 받게 됨과 동시에 비타민에 대한 처방을 의사가 해줬다. 그것에 대해서도 저는 ‘어떠한 도핑과 관련된 것은 먹을 수도 없고 문제 되는 것은 할 수 없다’고 의사에게 설명했다.
--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투약기록이나 진료기록을 공개할 의사가 있나.
▲ (변호사가 답변) 검찰에서 해당 병원장에 대해 기소했다. 형사재판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재판을 지켜보시는 것이 맞다고 본다. 재판과 관련된 질문은 답변이 곤란하니 이해해달라.
-- 도핑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은 언제 알았나. 올해 1월 미국 전지훈련은 왜 갔나.
▲ 전국체전이 열리던 2014년 말에 알았다. 11월 3일쯤으로 기억한다. 시합 끝난 후 얘기를 들었다. 미국은 훈련 장소를 알아보러 간 것이다. 호주에서는 인천 아시안게임까지만 마이클 볼 코치와 함께 훈련하는 것으로 얘기돼 있었다.
-- 그래도 미국에 간 것은 잘 이해가 안 된다. 자격정지 될 것을 예상할 수 있었던 상태 아닌가.
▲ (변호사와 상의한 후) 제겐 굉장히 충격이었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문제가 될 행동은 하지 않았는데 그런 얘기를 들으니까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이후 무엇이 정말 문제가 됐는지, 혹시나 샘플 채취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등을 생각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저는 어떤 것을 생각할 수 없었다. (잠시 울먹거리고 말을 잇지 못하다가) 병원에서는 ‘도핑과 관련된 어떤 것도 할 수 없고, 조심해야 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전혀 그런 것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의사도 전혀 문제 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도핑 이야기 들었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았다는 얘기도 있다.
▲7월 29일 그때도 의사는 성장호르몬에 대해 전혀 얘기하지 않았다.
-- 도핑 양성반응이 나오고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생각했을 텐데 은퇴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결백하기 때문에 명예회복 기회를 택하려는 건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제가 해온 것은 수영밖에 없다. 이런 일로 인해서 수영을 못하는 것이 너무나 큰 충격이다. 어떻게 보자면 살아온 인생이 다(잠시 말 못함)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 은퇴나 운동선수로서의 어떤 것에 더 목표를 두는 것은 저도 생각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이번 일로 인해서 많은 사랑과 응원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께 어찌 됐건 실망을 주게 됐다. 그래서 일단 먼저 사죄를 드리고 깊이 반성을 하는 자세로,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먼저라고 본다.
-- FINA 청문회에서 검찰 수사기록을 제출한 것으로 안다. 청문위원들에게 고의성 없다는 부분을 얼마나 납득시켰나.
▲(변호사가 답변) FINA 청문회에 저는 동석했고, 다른 변호사가 변론을 진행했다. 청문회 마치고 그 변호사가 많이 참작됐다고 평했다. 그런 분위기가 느껴졌다고 하더라. 의사가 왜 기소됐는지는 지금까지 기사에 나온 것이 전부고, 거기에 대해서는 청문위원들의 추가질문이 없었다. 고의로 주사를 맞지 않았다는 부분은 충분히 소명된 것으로 본다.
-- 병원 주장과 엇갈린다. 의사는 테스토스테론이 금지약물인지 몰랐다고 했다. 그래도 호르몬이라는 사실은 몇 번이나 얘기했다는데, 호르몬이라고 들은 적은 없나.
▲ 의사는 ‘문제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7월 29일에 도핑 관련해서 의사에게 말했고, 의사도 호르몬 얘기는 안 했다.
--기회가 된다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겠나.
▲ 국민 여러분께서도 이번 일로 굉장히 실망을 하셨을 거로 생각한다. 내년 올림픽 기회를 준다면 제가 어떠한 힘든 훈련도 잘 견디고 하겠지만 지금 이 순간 출전하는 것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제가 선수로서 이런 일로 실망감 안겨 드렸고, 가슴 깊이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맞는 것 같아서다. 지금 올림픽 출전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은 제게 힘든 일이다.
-- 호르몬 주사 여부를 알았는지 몰랐는지가 중요하다. 앞서 말하기로는 비타민 처방으로 알았다고 했는데, 호르몬 주사라는 것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명확하게 말해달라.
▲ 문제 된 시기에 호르몬에 대한 얘기는 듣지 못했다.
-- 과거에 병원에서 치료나 처방을 받을 때는 단지 ‘저는 도핑을 조심해야 된다. 해선 안 된다’ 정도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성분이 무엇인지 물어본 적 없나.
▲ 제가 원래 감기 걸렸을 때 보통 어렸을 때부터 가는 병원이 있다. 이비인후과인데, 거기 가면 약을 처방받을 때 항상 (성분) 리스트를 확인했다. (네비도 주사를 맞은) 이 병원에 갔을 때도 도핑 대상자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처음에 의사에게서 (성분) 리스트를 받았고 그 리스트를 회사에 전해줬다. 당시 매니저도 일일이 체크해본 결과 (문제가) 없었다.
-- 테스토스테론이나 호르몬 이야기가 리스트에 없었다는 건가.
▲ 그렇다.
--주사는 총 몇 번 맞은 것인가.
▲지난해 7월 29일 이후에 감기 심하게 걸려서 소염제 주사를 한 번 맞았다. 그 외엔 없다. 그 이전에도 맞은 적 없다.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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