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인터넷 각종 사이트를 통해 이태임과 예원의 MBC ‘띠동갑내기 과외하기’ 촬영 당시 영상이 확산됐다. 사건은 지난달 24일 ‘띠동갑내기 과외하기’ 제주도 촬영 당시 이태임이 예원에게 욕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불거졌다. 두 사람이 각각 사과하며 사태는 일단락 됐지만 이번 동영상의 등장으로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네티즌들이 예원의 표정과 태도를 지적하며 “예원도 잘못했다”는 목소리를 내면서 이태임 비난 일변도였던 여론이 변하고 있다. 영상이 공개되기 전과 후의 핫 키워드가 바뀐 걸 알 수 있다. 바로 ‘욕설’에서 ‘반말’로다.
반말은 말 그대로 ‘반’만 말을 하는 것이다. 원래 말의 형태가 짧아지는 것을 말한다. ‘아니에요’를 ‘아니’로 ‘안 돼요’를 ‘안 돼’로 짧게 듣는 사람에게는 그 말이 갖는 의미의 길이도 반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말이 반으로 줄어들어 반말이 되면 의미도 변한다. 의미(意味)는 ‘뜻 의(意)’와 ‘맛 미(味)’가 합쳐진 말이다. ‘어머니, 어머님, 어무이, 엄니, 오마니’ 같은 말들은 뜻(meaning)은 같지만 어감 따위의 미묘한 뉘앙스(nuance) 차이를 가진다. 즉 뜻은 같은데 ‘맛’이 다르다. 말도 음식처럼 ‘맛’이 있다는 것이다. 듣기에 단 말이 있고 듣기에 쓴 말이 있는 것을 말한다. 그 맛에 따라 기분이 좋을 수고 있고 나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존댓말 집단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이 존재한다.
분석심리학자인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은 인간의 인격 전체를 세 가지로 구별했다. 의식, 개인무의식, 집단무의식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서 집단무의식이라는 것은 이전 세대에서 경험한 것이 다음 세대에게 전달되는 의식이라고 했다. 한 개인이 속한 민족적 특성을 성장하면서 집단무의식이라는 것을 발전시킨다는 말이다. 이런 개념에서 우리나라는 집단무의식에 ‘높임말’ 의식이 존재한다. ‘말’도 ‘말씀’으로 ‘죽었다’도 ‘돌아가셨다’로 ‘밥’도 ‘진지’로 말을 길게 만들어 표현하는 존댓말 집단무의식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
동영상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태임은 ‘존댓말 집단무의식’을 드러냈다. 물론 동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이것을 당연하게 여겼지만 왜 갑자기 화를 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을 남겼다. 예원의 목소리에서 ‘반말’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은 ‘무시’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목소리의 ‘주파수’다. 낮은 주파수로 존댓말을 하면 상대방은 ‘장난’으로 받아들여 ‘무시’한다고 느끼게 된다. 반대로 높은 주파수로 밝게 존댓말을 하면 듣는 사람도 ‘존중감’을 느낀다.
‘다투다’와 ‘싸우다’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힘이나 무기가 수단일 경우에는 ‘싸우다’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말’이 수단일 경우에는 ‘다투다’이다. 네티즌들은 댓글을 무기로 이태임과 예원 모두를 제압했지만 동영상 공개 이후 ‘욕’을 사용한 둘 모두와 네티즌들은 끝까지 다툴 것이다. 어느 누구도 TV에 나와 욕을 하고 국민들 보기에 반말로 기분 상하게 하는 것은 집단무의식을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