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이동통신 가입비가 31일 전면 폐지됐습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날부터 그동안 이동통신서비스 신규 가입자에게 부과해 온 각각 7200원, 9000원의 가입비를 폐지한다고 밝혔죠. SK텔레콤은 이미 지난해 11월 1일에 1만1880원의 가입비를 폐지했습니다.
이로써 1996년에 도입된 이동통신 가입비는 19년 만에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가입비 폐지로 각각 연간 최대 346억원, 367억원의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합니다.
이 같은 결정은 이동통신 3사가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올해 안으로 가입비를 폐지하기로 정부와 약속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하는데요.
글쎄요, 이동통신 3사나 정부가 가입비가 전면 폐지되면 나올 소비자들의 반응을 어떻게 예상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가입비 전면 폐지 소식이 전해진 이날 최소한 ‘제 예상대로’는 여론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까짓 가입비 폐지했다고 민심을 얻겠나” “없앴다고 해도 뭔가 속는 기분” “다른 걸로 뽑겠지 뭐” “기본료나 없애라”라는 등 부정적인 반응 일색입니다.
이통사들은 통신비 부담을 줄여준다며 ‘야심차게’ 가입비를 폐지했지만, 이동통신사에 대해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비(非)호감, 거부감 등만 재확인하는 듯한 장면입니다.
일단 ‘가입비 폐지’를 ‘통신비 부담 완화’로 연결시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통신비는 전통적으로는 전화나 전신, 현대적 개념을 추가하면 데이터 등 각종 통신서비스를 사용하는데 드는 비용입니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 성격이죠. 가입비는 그런 통신서비스를 이제부터 이용하도록 해주기 위한 ‘사전 절차’의 성격이 더 강합니다. 즉, 가입비 폐지는 말 그대로 가입할 때 따로 받던 돈을 안 받는 것일뿐, 통신비 부담이 줄어드는 것과는 별개의 개념입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여러 목소리 중 “기본료나 없애라”는 반응에 주목이 갑니다. 왜냐면 요금제 할인 등과 더불어 이런게 진짜 통신비 부담 완화의 성격을 갖는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이통사들이 왜 한 달 내내 아무 것도 이용 안 하면서 전화 수신만 해도 꼬박꼬박 내야 하는 ‘기본료’를 만들었는지 아는 분들도 많겠지만 모르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기본료는 이통사들이 막대한 초기 시설 등의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제도입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통사들은 기본료를 유지할 이유가 더 이상 없습니다. 그동안 수조원의 이익을 쌓아왔기 때문에 이미 초기 투자 비용을 회수하고도 남는 상태가 됐기 때문입니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총장은 “가입비와 기본료가 모두 폐지되는 게 소비자들에겐 더 좋겠지만, 차라리 가입비는 1만원 이하 수준에서 받아도 된다. 진짜 없애야 할 건 기본료”라고 말하더군요.
새롭게 개통을 하려면 일정 업무나 시스템 작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입비는 비싸지만 않다면 오히려 받아야 할 이유가 인정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통사들이 정작 이런 가입비는 폐지하고, 받아야 할 이유가 없는 기본료 폐지 목소리는 외면하고 있다는 거죠.
사실 이통사들도 다 알 겁니다. 모르는 척 할 뿐이죠. 이유는? 그걸 굳이 말해야 아나요.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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