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배구단 운영에서 손을 떼기로 한 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가 군에 입대한 국가대표 센터 신영석(29)을 현대캐피탈로 현금 트레이드해 구단 운영 자금으로 사용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우리카드는 3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에서 구단 운영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신영석의 트레이드 사실을 공개했다. 우리카드가 신영석을 현대캐피탈로 보낸 건 지난해 7월이다. 우리카드는 신영석을 주고 받은 돈으로 올 시즌 구단 운영비를 충당했다.

트레이드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구단 운영비가 목적이었던 만큼 최소 10억원은 넘는 상당한 액수일 것으로 보인다.

신영석의 트레이드에 규정상 문제는 없다. 신영석이 군에 입대한 상태인 만큼 등록 의무가 없으며, 구단 간 트레이드 사실을 바로 공개해야 할 의무도 없다.

신영석을 영입한 현대캐피탈은 “트레이드가 이뤄진 지난해 7월에는 문제가 될 여지가 없었다”면서 “규정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변호사의 해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카드가 사실상 팀의 간판과도 같은 선수를 운영 자금을 위해 현금에 넘겼고, 이를 외부에 숨긴 채 구단 매각을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도의적인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실상 팀의 최고 스타 플레이어를 이적시키면 팀 전력 약화로 이어져 구단 가치 하락은 불 보듯 뻔해 새 주인을 찾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자신들은 구단 운영을 포기하면 끝이지만 선수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남은 선수들에게 큰 악영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안 그래도 우리카드는 신영석 없이 치른 올 시즌 최하위에 그쳤다.

더구나 우리카드는 먼저 현대캐피탈에 신영석의 현금 트레이드를 요청했고, 구단 매각을 위해 이 사실을 공개하지 말아 줄 것을 요청했다.

국가대표인 신영석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남자 프로배구 최고의 센터이다. 국가대표로 활약 중이며 전문가들 중엔 “2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선수”라는 평가를 하는 이도 있다.

그는 2011-2012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세 시즌 연속으로 블로킹 1위 자리를 지킨 뒤 올 시즌을 앞두고 입대했다.

지난달 KOVO 이사회에서 남자부 각 구단이 우리카드 선수를 대상으로 트레이드를 자제하기로 합의한 것도 빛을 잃었다.

물론, 구단들이 트레이드 자제를 합의하기 전에 이미 신영석의 트레이드가 이뤄졌기 때문에 이 역시 절차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도 각 구단의 도의적 질타가 이어졌으나, 이미 이뤄진 트레이드를 무효화할 수는 없었다.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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