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민석 기자] KBS가 내부의 반대를 물리치고 '일베 수습기자'를 채용 강행해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해당 기자는 과거 일간베스트저장소 게시판에 어떤 글을 남겼던 것일까.
지난 2월 미디어오늘은 '공영방송 KBS에 ‘일베 기자’가 산다'며 ""KBS 내부에서 ‘A기자가 2013년 초부터 2014년 여름까지 일베 등에 6870여개의 글을 올렸고 대부분의 글이 음담패설과 여성비하, 광주 비하,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게시물과 댓글이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해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복수의 KBS 기자들 제보에 따르면 A기자는 최근 KBS기자들이 활동하는 '블라인드'라는 앱의 익명게시판에 ""여직원들이 생리휴가를 가려면 생리를 인증하라""는 내용이 담긴 글을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A기자가 올린 극단적인 편향성 글이 줄줄이 드러났다.
이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A기자는 “여자들은 핫팬츠나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연음란 아니냐” “밖에서 몸 까고 다니는 X이면 모텔 가서 함 하자 하면 X XX 같은데” 등의 글을 적었다.
A기자는 2014년 일베 게시판에 A씨는 2013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매매와 관련해 “성 팔면 피해자, 성 사면 가해자. 명백한 시장거래 행위를 가해자-피해자 대립구도로 보는 시각도 참신하다. 막말로 '마약 팔러왔습니다. 사시면 님 처벌 받지만 난 안 받아욤. 왜냐면 저는 먹고살려고 파는 거니까요'….”라며 왜곡된 성(性)인식을 드러냈다.
왜곡된 역사인식을 드러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기자는 일베 게시판에 ‘근데 광주시민이 분노할 건 뭐노?’라는 제목의 글을 쓴 후 광주시민들이 종합편성채널의 5·18 왜곡보도를 두고 분노하고 있다는 기사를 캡처해 첨부했다.
그러면서 “좀 웃기지 않냐.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사태 폭동이라 부르면 왜 유독 광주사람들이 화를 낸다는 거임? 이권 짤릴까바?”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또 ‘일베에 5·18 조롱글 일색…희생자 홍어로 비유’란 제목의 연합뉴스 기사에 달린 일베 비판 댓글을 일베에 퍼나르며 “나라 망한다 걱정하는 좌음(포털사이트 다음을 가리키는 일베 용어) 댓글러들 꼬라지 봐라…이미 기사 내용은 관심 밖이고 파블로프의 개 마냥 짖고 있다”고 적었다. A기자는 “한국형 진보는 사회적 기생충들이 분명하다. 열심히 일한 자들로부터 빨아먹는 데만 관심 있으니 박멸 대상이다”라는 글을 캡처해 일베 게시판에 올리며 “패기 멋지노”라고 적기도 했다.
당시 KBS 내부 관계자는 “A기자가 사내 분위기를 눈치 채고 자신의 게시물을 LTE급으로 지우고 있다”고도 했다.
A기자의 행각이 드러나자 KBS 기술인협회, 기자협회, 경영협회, PD협회, 아나운서협회 등 11개 직능단체는 지난 30일 임용 반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특정지역과 특정이념을 차별하고, 여성을 혐오하고, 세월호 유가족을 조롱하고, 장애인을 비하하는 몰상식과 부도덕은 KBS의 정체성과 전혀 맞지 않는다”라고 임용 철회를 촉구했다.
하지만 KBS는 31일 오후 7시경 4월 1일자 발령 공지에서 A기자를 정책기획본부 남북교류협력단에 발령했다.
KBS는 공식입장을 통해 “수습사원의 임용 취소는 사규나 현행법에 저촉돼 임용결격사유가 발생했거나, 수습과정에서의 평가가 부적합으로 판정됐을 경우에 해당된다”라며 “문제의 수습사원의 경우 평가 경과는 사규에 정해진 기준을 벗어나지 않았으며, 외부 법률자문에서도 임용을 취소하기 어렵다는 결과가 나와 임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