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전 서울대 교수 “홍준표, 그 꿈은 일장춘몽…‘꼬장’ 그만 부렸으면”

이준구 전 서울대 교수 “홍준표, 그 꿈은 일장춘몽…‘꼬장’ 그만 부렸으면”

기사승인 2015-04-08 00:10:55
이준구 전 교수 홈페이지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재정학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이준구(66) 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최근 ‘무상급식 중단(선별적 무상급식)’을 결정한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향해 “어린이들에게 따뜻한 점심 한 끼 먹이는 걸 가지고 ‘꼬장’ 좀 그만 부렸으면 좋겠다”며 쓴소리를 날렸다.

이 교수는 지난 3일 자신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그(홍 지사)가 말하는 무차별적 복지에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보수진영의 대표주자로 부상하고 싶은 꿈이 있었겠지만, 그 꿈은 일장춘몽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홍준표 지사가 대권 꿈을 갖고 있는지 아닌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번 무상급식 중단 결정이 그 꿈과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지는 더더구나 알 길이 없다”며 “그러나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다. 그는 이 일을 통해 자신을 보수이념의 아이콘으로 각인시키고 싶어했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내가 보기에 홍 지사의 그와 같은 계산은 크게 잘못된 것 같다. 이 일을 통해 그가 마치 혜성처럼 보수진영의 대표주자로 떠오를 가능성은 그리 커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전철을 밟을 것 같아 보이지는 않지만, 하여튼 그가 회심의 승부수라고 던진 돌이 패착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해외 사례도 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마찬가지지만, 보수 정치인들은 낭비적인 복지정책을 공격함으로써 정치적 입지를 굳히려 든다. 세금 내기 싫어하는 일반 대중에게 너무나 잘 먹혀들어가는 프로패건다이기 때문”이라며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기 위해 보수 정치인은 과장도 서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로 1976년 미국의 레이건(Ronald Reagan)이 대통령 선거 유세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던 일명 ‘복지여왕’(welfare queen)을 제시했다.

레이건은 당시 복지제도를 악용하는 사람을 공격하기 위해 ‘복지여왕’의 실상을 전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레이건은 ‘그녀는 80개의 (가짜) 이름을 갖고 있으며, 30개의 (가짜) 주소, 그리고 12개의 (가짜) 사회보장 카드를 갖고 있다. 또한 그녀는 죽었다고 하는 4명의 가공의 남편과 관련해 보훈연금까지 받고 있다. 그녀는 메디케이드(Medicaid)와 푸드스탬프(Food Stamp) 혜택을 받고 있으며, 각기 다른 이름으로 중복해서 복지혜택을 받고 있다. 그녀는 연간 현금소득은 15만 달러에 이르지만 단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는다’고 묘사했다.

이 교수는 “레이건이 그 말을 했을 때 이 복지여왕은 시카고 부근에 사는 한 여성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철저한 조사 결과 그것은 순전히 가공의 인물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레이건이 보수파의 결집을 위해 그런 엉터리 이야기를 꾸며냈던 것이다. 어찌 됐든 레이건은 대통령에 당선돼 미국 정치사에서 화려한 보수시대의 첫 막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홍 지사의 도박이 (레이건과 달리)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에 대해 “어린이들이 먹는 점심이 레이건과 같은 프로패건다의 소재가 결코 될 수 없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무상급식은 소요예산 규모가 무상보육의 1/3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낮고, 그 예산이 막대한 규모로 낭비된다는 주장을 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다. 또 보수진영이 무상급식을 깎아 내리느라 혈안이 돼 있지만, 아직까지 예산이 대규모로 낭비된다는 주장은 한 번도 제기된 적이 없다는 점도 들었다.

이 교수는 “무상급식에 쓸 돈을 가난한 계층에게 더 많은 도움을 주는 데 쓴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가난한 계층이 홍 지사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가 전에 지적한 바 있지만 무상급식의 폐지는 어중간하게 가난한 중산층에게 큰 생계비 부담을 안기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며 “지금 현지에서 무상급식 폐지에 항의하는 대열의 선봉에 선 사람들이 바로 이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홍 지사의 결정에 대한 부유층의 지지도 미온적인 것에 그칠 것이 분명하다면서 “빈곤층이 지지를 보내지 않고 중산층도 등을 돌린다면 홍 지사의 정치적 입지는 결코 강화될 수 없다. 바로 이것이 홍 지사가 계산착오를 했다고 보는 근거”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핵심 메시지’와 함께 마무리했다.

“재벌 아이에게도 공짜 점심을 먹이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하지만, 재벌이 더 많은 세금을 내면 아무 문제 없는 것 아닙니까?”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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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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