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자금난에 시달린 한 교회 목사가 보이스피싱 인출책 노릇을 하다 감옥 신세를 지게 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전라남도 모 교회 담임목사 정모(52)씨를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7일 오후 송파구 가락동의 시중은행 두 곳에서 자기 계좌에 입금된 사기 피해금 8200만원을 인출해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넘기고 81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보이스피싱에 자신의 계좌를 쓰고 현금화를 해주는 대가로 인출액의 1%, 1000만원의 저리대출을 받기로 약속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인출책을 하기 위해 당일 오전 KTX로 상경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정씨는 경찰에서 “누군가가 회사 비자금을 몰래 인출한다고 생각했지 보이스피싱인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정씨가 이전에도 대포통장을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겨 처벌된 전력이 있다는 점을 들어 정씨가 충분히 상황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정씨는 “신도가 60∼70명 정도 되지만 대부분 고령이라 헌금이 많지 않고, 월급은 매달 180만원으로 고정돼 있다”면서 “자녀 3명의 대학 등록금을 대느라 제2금융권에 큰 빚이 생겨 저리로 돌려막으려다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조직은 거액을 의심받지 않고 인출 가능한 교회 법인통장을 정씨에게 요구하기도 했다”면서 “이번 사건은 누구라도 순간적인 유혹에 넘어가 공범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