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들지 마라, 한국 여대생들이다”…멕시코 강도들, 잇따라 당해

“건들지 마라, 한국 여대생들이다”…멕시코 강도들, 잇따라 당해

기사승인 2015-04-25 00:41:55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멕시코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 여대생들이 강도를 당한 뒤 침착한 기지로 강도범을 붙잡은 사건이 최근 잇따라 일어났다.

최근 부임해 한국인 상인 피살사건의 수사를 돕는 주멕시코한국대사관 경찰영사의 딸 이 모(19)양은 ‘부전여전’의 활약을 펼쳐 교민 사회에 화제가 되고 있다.

아버지를 따라 지난 2월 중순 멕시코로 온 이 양은 22일(현지시간) 오후 3시쯤 수도 멕시코시티의 이베로아메리카대 어학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현지인 20대 남성으로부터 강도를 당했다.

이 남성은 40분 거리의 집으로 걸어가고 있던 이 양에게 뒤에서 갑자기 다가가 팔로 이양의 목을 조르고 휴대전화, DVD, 지갑 등을 빼앗았다.

이 양은 강도범이 흉기를 소지하고 있을 수 있고, 저항하며 더 큰 변을 당할 수 있다고 판단해 침착하게 웅크리고 있다가 강도범이 달아나자 그 방향으로 뒤를 몰래 쫓았다.

300m쯤 따라가던 이 양은 강도범의 모습과 함께 길거리에 행인들이 보이자 스페인어로 강도를 뜻하는 ‘라드론’(ladron)을 계속 외쳐대며 그 남성을 지목하면서 달려갔다.

길을 지나던 사람들은 상황이 심각한 것을 인지하고 하나, 둘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인근에 순찰차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찰과 시민이 합세해 강도범을 붙잡았다.

이 양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멕시코에서 온 지 두 달 만에 당한 일이라 너무 당혹스러웠다”면서 “교민 사회에 강도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양은 어머니 등 가족과 함께 현지 경찰 지구대에서 피해자 진술을 마쳤고 경찰로부터 소지품을 모두 돌려받았다.

이 양은 사건 발생 며칠 전 수업을 듣다가 강도를 뜻하는 단어를 익혔다고 한다.

앞서 지난 16일 비슷한 시간대에 멕시코국립자치대(UNAM) 4학년에 재학중인 박모(23) 씨가 멕시코시티 시내 최대 재래시장이 있는 센트로의 길가에서 목걸이를 탈취당했다.

박 씨는 동생과 함께 쇼핑을 나왔다가 뒤에서 어떤 남성이 팔을 우악스럽게 움켜쥐며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목걸이를 끊어 달아나자 마찬가지로 5분간 뒤를 밟았다.

강도범이 경찰 순찰자가 있는 대로변까지 갔을 무렵 박 씨는 “강도다”라고 소리를 질렀고 이를 본 경찰이 그 남성을 체포했다.

대사관측은 침착하게 대응해 범인을 검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들 여대생에게 감사패를 수여하는 방안을 멕시코시티 경찰청에 제안할 계획이다.

대사관은 강력사건이 빈발하는 지역을 우회하거나 출입을 삼가고 현금 액수가 크면 민간 경비의 도움을 받거나 남성이 맡아서 운반하도록 하는 한편 승용차 운전 시 내부에 휴대전화와 돈 가방 등 귀중품을 밖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둘 것을 권유했다.

무엇보다 무기류를 든 강도와 맞닥뜨렸을 때는 무리하게 저항하지 말고 순순히 요구에 응한 뒤 강도범과 떨어진 직후 경찰 당국과 대사관에 신고할 것을 주문했다.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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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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