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To. ‘세종·황희 발언’ 김진태…“현재 대한민국은 국민이 ‘왕’입니다요”

[이슈 인 심리학] To. ‘세종·황희 발언’ 김진태…“현재 대한민국은 국민이 ‘왕’입니다요”

기사승인 2015-04-25 12:50:55

새누리당 김진태(사진) 의원의 이완구 국무총리와 관련된 이른바 ‘황희 발언’이 논란이다. 김 의원은 21일과 22일 CBS, PBC 라디오에 잇따라 출연해 이 총리의 ‘낙마’ 사례를 거론하면서 “조선시대 명재상으로 추앙받는 황희 정승이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간통도 하고 무슨 참 온갖 부정청탁에 뇌물에 이런 일이 많았다는 건데 그래도 세종대왕이 이분을 다 감싸고 해서 명재상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인물을 키우기 위해선 웬만한 잘못은 덮어줘야 한다는 취지에서 말했지만 ‘황희 발언’을 한 김 의원의 생각을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해 보도록 하겠다.

김 의원은 2013년 5월 10일 한 초등학교를 방문한 후에 “담임쌤이 전교조는 아닌 모양입니다. 이래서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라고 했다. 같은 해 6월에는 “국민도 심리전 대상이 맞다. 국정원 지침엔 ‘나’ 빼곤 모두 심리전 대상”이라고 했다. 2013년 8월 16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에게 “왜 반말이야 나이도 어린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과 정 의원은 1살 차이다.

김 의원의 과거 발언들을 분석하면 자신과 타인의 선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선 안에 있는 나는 옳은 사람이고 높은 위치와 지위를 가진 권위적인 존재고 선 밖에 있는 타인은 옳지 않고 낮은 위치와 부족한 존재로 여기고 있다. 전교조와 전교조가 아닌 선생님의 구분, 나와 나를 제외한 모든 국민들의 구분, 나와 나보다 어린 사람의 구분 이렇게 세 가지의 구분들로 김 의원의 인지론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심리적 관점에서 풀어 볼 수 있다.

발생적 인식론(genetic epistemology)의 창시자로 유명한 스위스 심리학자인 장 피아제(Jean Piaget)는 1932년 발표한 ‘The Moral Judgement of the Child(아동의 도덕적 판단)’에서 ‘도덕성’ 개념은 ‘경험을 통해 구성해 내는 지식’이라고 이야기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동의 도덕성은 자신의 인생 전체를 지배하고 그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피아제에 따르면 도덕성은 3단계에 걸쳐 형성된다.

5세 전에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기준을 가지지 않는 단계라서 이 단계를 ‘전도덕기’라고 부른다. 하지만 5세에서 10세 사이에는 사회가 만들어놓은 규칙과 정의를 ‘신’이나 ‘경찰’과 같은 ‘절대권력’이 만든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 결과 위급한 상황에서 구급차를 타고 가는 도중에도 신호를 모두 지켜야한다고 여기기 시작하며 위반 시 벌을 받아야 할 나쁜 행동으로 여기게 된다. 이렇게 타인이 만들어 놓은 규칙에서 도덕성이 만들어진다고 해 이 시기를 ‘타율적 도덕성시기’라고 부른다. 10세 이상이 되면 친구와 주변 사람들의 관계를 통해 인지가 발달되면서 규칙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사람이 규칙 아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규칙보다 사람이 위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한다. 다시 말하면 옳고 그름의 도덕성은 단순히 결과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도덕성 판단이 달라진다는 것을 인지한다. 그래서 이 시기를 ‘자율적 도덕성시기’라고 부른다.

이런 발달적 시기를 거치면서 마지막 단계인 ‘자율적 도덕성시기’에서 나와 타인의 상호 관계 속에서 타인의 수용 범위를 얼마나 깊이 인지하느냐가 도덕성의 깊이도 깊어지게 된다.

김 의원의 과거 발언으로 봤을 때 ‘법대’를 거쳐 ‘군 법무관’, ‘검사’를 거치면서 세상을 ‘법’으로 바라보게 됐을 것이다. 이 결과 자율적 도덕성을 버리고 타율적 도덕성을 받아드리는 퇴행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5세에서 10세에 느끼는 신과 같은 절대권력인 경찰을 뛰어넘어 스스로 ‘검사’로서의 폐쇄적 자존감을 강하게 인식하며 살아가게 됐을 것이다. 자신이 하는 말은 모든 것이 옳고 남이 하는 무조건 틀리다는 식의 ‘절대권력’의 막말은 결국 스스로의 무지함을 드러내는 꼴이 된다.


‘황희 발언’으로 스스로의 생각이 옳다고만 생각했던 김진태 의원은 국민들이 하는 생각은 부족해서 가르치고 고쳐야 한다는 식의 공안검사의 가면을 아직도 쓰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가 느껴야 할 것이다. 김 의원이 말하고 싶었던 조선시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은 국민이 왕이다.김 의원을 비롯해 모든 정치인들이 제발 국민에게 뽑아달라고 고개 숙여 인사할 때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길 바란다. 정치인에게 밥을 주는 주인은 대통령도 기업인들도 아니고 오직 국민이라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법은 국회에서 만들지만 국회의원은 국민이 만들기 때문이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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