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웨더·파퀴아오, 대전료 주면 안 돼!”…‘친선경기’ 펼치고 ‘2700억원’ 챙겨가

“메이웨더·파퀴아오, 대전료 주면 안 돼!”…‘친선경기’ 펼치고 ‘2700억원’ 챙겨가

기사승인 2015-05-03 16:07:55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옛말 틀린 거 하나도 없다는 걸 증명해 준 경기였다. ‘무패 복서’와 ‘전설’의 대결로 세계적 관심을 모았던 대결은 ‘무패 복서’의 승리로 끝났다.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8·미국)는 3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복싱평의회(WBC)·세계복싱기구(WBO) 웰터급(66.7㎏) 통합 타이틀전에서 파퀴아오를 12라운드 심판 전원일치 판정으로 꺾었다. 이로써 메이웨더는 48전 전승(26KO) 신화를 이어가게 됐다. 파퀴아오의 전적은 57승(38KO) 2무 6패가 됐다.

공식적으로는 메이웨더의 판정승이었지만 실질적으로 그냥 메이웨더가 ‘점수만 조금 더 딴’ 둘 다 패자인 ‘졸전’이었다.

파퀴아오는 ‘인파이터’답게 시종일관 메이웨더의 품으로 저돌적으로 파고 들었다. 하지만 메이웨더는 최강의 ‘아웃복서’답게 파퀴아오의 펀치 세례를 피하거나 잽싸게 특유의 클린치로 빠져 나왔다.

양 선수는 가끔씩 공세적인 모습으로 관중과 전세계의 시청자들을 흥분시키는 듯 했으나 이게 전부였다.

메이웨더는 팬들이 원하는 화끈한 승부에는 관심이 없는 듯 적시 적소에 차곡차곡 주먹을 꽂는 영리한 포인트 운영을 이어갔다. 파키아오가 다가서면 메이웨더가 피하는 양상이 이어지던 4라운드 파퀴아오는 몸이 풀린 듯 물 흐르는 듯한 연타를 과시했다. 왼손 카운터 스트레이트를 메이웨더의 안면에 적중시켰고 이어 복부에 두 방을 더 던져 충격을 줬다.

메이웨더는 5라운드에 주도권을 되찾았다. 파퀴아오가 어정쩡한 거리를 유지하는 사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리치의 우세를 활용, 안면에 오른손 펀치를 꽂았다.

6라운드에 파퀴아오가 다시 십자포화를 퍼부었으나 소득은 없었다. 경기 양상은 다시 메이웨더가 만든 흐름을 파퀴아오가 깨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후 파퀴아오는 달려들고 메이웨더는 물러서는 지루한 장면이 이어졌고, 그대로 마지막 12라운드 공이 울렸다. 12라운드를 마치고도 두 선수의 얼굴에 상처 하나 없을 정도로 ‘친선 경기’나 다름없는 승부를 펼쳤다.

경기는 ‘기대 이하’였지만 메이웨더와 파퀴아오가 챙겨가는 돈은 ‘상상 이상’이다.

이번 경기의 대전료는 2억5000만 달러(약 2700억원)이다. 6대4로 배분한다는 합의에 따라 메이웨더는 1억5000만 달러(약 1619억원), 파퀴아오는 1억 달러(약 1079억원)을 가져간다. 12라운드를 채웠기 때문에 1초당 1억2000만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많은 복싱인들도 실망감을 여지 없이 드러냈다. 특히 ‘4전5기’ 신화의 주인공 홍수환(65)씨는 “두 선수에게 대전료 지급을 하면 안 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홍씨는 경기 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역대 타이틀전 가운데 가장 재미없는 경기였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내가 봤을 때에는 118대116 정도로 파퀴아오가 우세했다”면서 “복싱 단체들이 어그레시브(공격성)에 더 점수를 줘야 한다. 그게 ‘물러설 곳이 없다’는 복싱의 매력이자 정통성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종합격투기 UFC의 최고 대전료는 60억∼70억원 수준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경기는 2000억원이 넘었다. 그런데도 팬들에게 이 정도 재미밖에 주지 못하니 UFC가 인기를 얻는 것이다. 이러다가 UFC에게 밀릴 수도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WBA 주니어플라이급 17차 방어의 신화를 쓴 유명우(51)는 “메이웨더의 아웃복싱도 복싱을 잘 아는 마니아들 입장에서는 정말 보기에 흥미진진한 스타일이다. 파키아오가 메이웨더를 잡지 못했을 뿐이다”라고 두둔하면서도 “나도 경기를 정말 재미없게 봤다”며 한숨을 쉬었다.

유명우는 “마니아가 아닌 일반적인 팬들 입장에서는 정말 실망스러운 경기 결과”라면서 “지루한 경기가 돼 버려 아쉽다”고 말했다.

파키아오와 메이웨더가 나타나기 전까지 세계를 호령한 ‘골든보이’ 오스카 델라 호야(미국) 역시 경기 내용에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복싱 팬들에게 미안합니다(Sorry boxing fans)”라고 썼다.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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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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