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원인과 이유에 대해 정치인과 정치 전문가들은 수많은 설명을 쏟아놓고 있다. 하지만 들어보면 결국 국민의 입장에서 풀어나가는 방식은 하나도 없다. 오직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 ‘음소거 외침’만 보일 뿐이다.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전달되는 목소리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일명 ‘성완종 리스트’는 왜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까?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게 아니라 국민들을 미치게 만들었다. 미치면 짜증이 나고 혈압이 높아지면서 정치적인 ‘감각 박탈’(sensory deprivation) 현상이 일어난다. 이 현상은 평상시에 경험하게 되는 빛, 소리, 냄새와 같은 감각 자극을 일정하게 받지 못할 때 일어난다. 밀폐된 공간에 갇히면 빠른 속도로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며칠 동안 콘크리트 더미에 갇혀있다 보면 시간의 흐름을 깨닫지 못하게 된다. 소리와 빛이 차단되면 감각 장치가 멈추는 것이다. 이것은 의식적인 노력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상태가 오는 것을 말한다. 낮과 밤의 구분이 되지 않을 때는 불안감과 초조함이 반대로 내려가게 된다. 처음에 밀폐된 공간에 갇히게 되면 공포감이나 흥분과 같은 상태를 가지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가지면서 가지게 되는 감각적 박탈 현상을 가지게 된다.
성완종 리스트는 국민들에게 심리적으로 보면 ‘고립 상태’를 가져다 줬다. 밀폐된 공간에 고립된 것과 같은 효과인 것이다. 국민들에게는 이 리스트에 거론된 사람들이 여당이고 야당이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치인’들이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나라를 움직이고 이끌어야 할 리더들이 ‘빛’이 아닌 ‘어둠’을 가져다줬기 때문에 정치에 있어서 ‘낮과 밤’의 구분이 없게 된 것이다. 오랜 시간 계속해서 ‘어두운 밤’의 터널을 지나는 국민들은 의식적인 시간의 흐름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젊은이들은 취업이 되지 않아 일자리 감각 박탈 현상을 겪고 있고, 부모들은 늘 불안한 자녀들의 교육에 대한 감각 박탈 현상을 겪고 있다. 그리고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불신과 무능력함에 감각 박탈 현상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성완종 리스트가 별 영향을 끼치지 않았던 것은 여야 모두에게 위기를 뜻한다. 그 이유는 국민들은 더 이상 정치를 통해 밝은 빛을 기대하지도 않을뿐더러 정치에 대한 ‘의식적’ 감각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호세 무히카(Jose Mujica) 전 우루과이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마 가난하고 부자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가 퇴임을 할 때 국민들은 이렇게 외쳤다.
“가장 이상적이고 정직했던 대통령이 떠난다”
그리고 무히카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가난하지만 마음은 절대로 가난하지 않습니다”, “부자들이야말로 가난한 사람들이에요. 왜냐면 그들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언제 ‘우리’만 바라보고 정치하는 정치인들을 만날 수 있을지 답답하기만 하다. 의도적으로 가난해서 정치인이 되라는 것이 아니다. 오직 국민만 바라보며 정치를 하다 보니 가난해져 있는 정치인을 만나 볼 수 있을지가 궁금할 뿐이다.
이재연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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