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집사람 비자금이니 ‘사실상’…” 왜 이번엔 ‘홍준표 스타일’ 이 아닐까

[이슈 인 심리학] “집사람 비자금이니 ‘사실상’…” 왜 이번엔 ‘홍준표 스타일’ 이 아닐까

기사승인 2015-05-12 11:08:55

"검찰이 홍준표(사진) 경남지사의 2011년 계좌에서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1억2000만 원을 확인했다.

검찰은 2011년 6월 23일 ‘국회의원 홍준표’ 계좌에 홍 지사 명의로 1억2000만 원이 입금된 뒤, 선거 출마 ‘기탁금’으로 쓰인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1억2000만 원이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당 대표 경선 당시 줬다고 주장하는 돈과 연관됐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홍 지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이 돈이 ‘부인의 비자금’이라고 주장했다.

심리학 용어 중에 ‘마음의 회계(mental accounting)’라는 것이 있다.

마음의 회계라는 것은 물리적인 회계와는 반대되는 말이다. 1000원이면 1000원 자체의 물리적인 교환가치만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사람은 ‘마음’에 따라 다른 돈의 가치를 정할 때가 있다.

특히 마음의 회계는 물리적인 돈의 가치보다 낮게 생각해서 돈을 쉽게 지출하는 경향을 뜻한다. 예를 들면, 내 손안에 현금으로 가지고 있는 1000원과 눈에 보이지 않는 카드로 사용되는 1000원이
다르게 느껴지는 경우다. 카드로 1000원을 사용할 때 훨씬 작고 쉽게 느껴진다. 나가고 들어오는 돈을 따져서 셈을 하는 방식에 마음이 작동할 때는 물리적인 판단이 아니라 마음의 판단으로 내려지기 때문에 느낌이 달라지는 것이다.

시간도 이와 비슷하다. 물리적인 시간은 하루 24시간이다. 또 1시간은 60분이다. 하지만 마음의 시간은 심리적으로 계산하는 시간으로 ‘느낌’이 다르다.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들에게는 1시간이 60분의 물리적인 시간을 넘어서 마치 3시간처럼 느낄 수도 있다.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들에게는 3시간의 긴 강의를 하더라고 마치 30분처럼 빨리 지나간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마음의 시간이다.

이처럼 돈과 시간은 물리적인 기준도 있지만 마음의 기준으로도 인간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홍 지사하면 유명한 ‘사건’이 있다.

홍 지사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11년에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개함 기준 33.3%를 달성하지 못한 것에 대해 “이번 주민투표의 투표율과 각종 여론조사의 수치를 종합해보면 주민투표는 사실상 오세훈 서울시장이 승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장 세간의 웃음거리로 떠올랐고, 일명 ‘사실상 시리즈’라는 쏟아지는 패러디를 낳았다.

“야구는 1루만 밟아도 사실상 1점”

“월급 125만원 받았으니 사실상 200만원”

“고등학교 때 수학 28점도 사실상 100점”

“오전 11시면 사실상 퇴근시간”

“토익 500점 맞았으나 사실상 고득점이다”

“수업일수의 25.7%만 출석하면 사실상 A+”

“로또 번호 2개 맞췄으니 사실상 1등 당첨금”

“25.7세 넘은 한효주 사실상 할머니”

“연봉 2500만원 받으면 사실상 억대연봉자”

이렇게 ‘사실상’이라는 표현을 빌려 ‘마음의 회계’와 ‘마음의 시간’을 기준삼아 주저 없이, 쉽게 느끼고 쉽게 말했던 홍 지사가 왜 이번엔 “집사람의 비자금이니 ‘사실상’ 내 비자금” 혹은 “집사람의 비자금이니 ‘사실상’ 우리 집 비자금”이라고 안 하고 확실하게 ‘집사람의 비자금’이라고 구분을 지었는지 모르겠다.

이번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통해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쉽게’ 생각하지 못하도록, 또 마음의 회계를 더 이상 느끼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수사가 돼야 할 것이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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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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