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메르스 대응 실패를 ‘진주목걸이’에 비유하는 ‘보건복지부 장관’ 문형표

[친절한 쿡기자] 메르스 대응 실패를 ‘진주목걸이’에 비유하는 ‘보건복지부 장관’ 문형표

기사승인 2015-06-05 15:26:55
사진제공=보건복지부

[친절한 쿡기자] ‘말(言)’은 무섭습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듣는 이에게 큰 좌절도 줄 수 있는 게 말 한마디입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한 우려가 국민들을 휘감고 있는 요즘 같은 때에 주무부처 장관의 입에서 나온 거라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겠죠.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메르스 관련 브리핑을 열었습니다. 질문·답변 시간에 한 기자가 물었습니다.

“복지부가 기존에 병원 실명 비공개 입장을 유지하다가 1번 환자가 발생한 병원(평택성모병원)을 공개 했고 신고를 받는다고 하면, 이제는 메르스가 정부가 관리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는 시그널로 읽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부 판단이 처음에 잘못됐다고 인정하신 것으로 보이는데 그에 대한 장관님 입장을 말씀해주십시오.”

이에 문 장관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처음에 정부가 모니터링망을 짤 때 기존의 매뉴얼에 따라 짜면서 조금 협소하게 짰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다가 거기서부터 모니터링망 밖에서 환자가 발생한 즉시 모니터링망 대폭 확대를 해서 운영은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나름대로는 안전망을 가지고 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떤 진주목걸이가 땅에 떨어졌는데 그것을 다 줍는다고 하더라도 혹시 한두 개가 빠질 수도 있고, 또 찾다 보면 정말 숨어진 곳까지도 다 못 찾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우리가 정말로 이런 (감염이 됐을 수도 있는) 개연성이 있으신 분들한테 ‘신고를 해주십시오’ 하고 알려 드리고, 우리들이 찾아뵙고 거기에 대해서 문진하고 해서 하여튼 그분들을 보호해 드리고 또 지역사회로 전파도 최대한 막는 조치를 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안전조치로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낮기는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치사율’을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의 전파를, 그리고 확산을 막지 못한 것을 진주목걸이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 비유한 겁니다.

현재 메르스 확산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국내 첫 메르스 환자에 대한 방역당국의 대응 실패에 있습니다. 결국 사망자가 나오고 유치원, 학교가 집단 휴업에 들어가자 “한 명을 못 막아서 이 난리”라는 원성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지난해 5월 인디애나 주와 플로리다 주에서 각 1명의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미국에서 2차 감염자가 단 1명도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우리 방역당국은 잘못을 인정하는 것 외에는 다른 ‘핑계’는 입이 열개라도 대선 안 됩니다.

주무부처의 수장이 바이러스 전파 대응 실패의 근본 원인을 목걸이가 떨어져서 찾지 못한 진주 한두 알로 비유할 수 있다고 여기는 걸 보여주는 이 말 한마디. 비록 말 한마디지만 국민들은 큰 좌절을 느낍니다.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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