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권율 “배우 누가 관둬라 해도 그만 안 둬”

[쿠키人터뷰] 권율 “배우 누가 관둬라 해도 그만 안 둬”

기사승인 2015-06-13 07:09:55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쿠키뉴스=이혜리 기자] 어느덧 데뷔 8년차다. 서른 중반에 접어든 배우 권율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식샤를 합시다2’(이하 식샤2)를 통해 큰 주목을 받았다. ‘어디 있다 이제 나타났나?’ ‘권율의 재발견’ ‘식샤2의 최대 수혜자’등의 극찬을 받으면서 말이다.

들뜰 만도 하지만 권율은 차분했다. 최근 쿠키뉴스와 만난 권율은 겸손하고 또 겸손했다. ‘식샤2’에서 엄친아 공무원 이상우를 연기한 권율은 빈틈이라고는 전혀 없을 것 같은 역할에 욕쟁이 캐릭터를 양념하면서 반전 매력을 선보였다. 그가 살린 맛깔나는 캐릭터는 시청자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권율’이란 이름을 대중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식샤2’에서 구대영(윤두준)에 이은 ‘서브 남주’였던 권율에게 ‘주인공보다 더 눈길이 갔다’는 호평도 잇따랐다. 이에 권율은 “어불성설”이라며 본인이 아닌 다른 출연진과 제작진에게 공을 돌렸다.

“두준씨가 워낙 잘 다져놨어요. 시즌 1부터 ‘식샤’ 콘텐츠인 비옥한 땅에 이상우 나무, 백수지(서현진) 나무들이 잘 자란 것 같아요. 두준씨가 양분이 된 거죠. 지금 자란 나무가 먼저 보일 것 같지만 땅이 없으면 나무가 잘 자라지 않잖아요. 다 각자 역할을 잘해서 이번 시즌이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아요.”

이정도면 자기 자신에게 칭찬을 해줘도 될 법하다. 권율은 ‘식샤2’를 통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허투루 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이상우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난 것도 행운이지만 권율이 캐릭터에 첨가한 양념도 있었다. 박준화 감독과 상의를 하면서 현장에서 함께 이상우를 만들어갔다. 백수지가 도시락을 들고 청사에 들어가다가 걸린 장면에서는 수지를 먼저 안정시키기 위해 권율이 비속어를 애드리브로 넣었다. 약간의 변주를 주면서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만든 것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역할들이 쌓여서 상우를 잘 표현한 것 같아요. 상우를 연기하면서
‘내가 가진 역량이 이 정도다!’ 이걸 보여주는 게 아니었어요. 주목 못 받았던 작품이나 잊혀졌던 캐릭터도 많았죠. 그런 것들에 노하우가 쌓여서 상우란 캐릭터를 조금 더 시청자에게 친밀하게 보여줄 수 있었어요. 지금 잘했다기보다는 ‘네가 해왔던 것들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게 아니었어’ 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권율이 ‘식샤2’로 사랑을 받기까지는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다. SBS ‘달려라! 고등어’(2007)로 데뷔했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 영화 ‘피에타’ ‘잉투기’, 드라마 ‘우와한 녀’ ‘천상여자’ 등에 출연하며 서서히 이름을 알렸고, 2014년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의 아들 이회 역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금이 전성기라고 생각하냐”는 물음에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지금까지의 연기생활은 ‘등반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권율은 꾸준히 산을 오르면서 힘든 과정도 겪었다. 올라가다 보니 산 중턱의 아름다운 절경이 펼쳐진 곳을 만났고, 그곳을 지나 다시 올라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언제나 달콤한 휴가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저의 삶 속에서 여행 같은 작품을 만날 수도 있고, 힘든 시기를 만날 수도 있죠. 특별히 연연하지 않고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시는 것에 들뜨거나, 도취되지 않게 제 스텝을 꾸준히 유지할 거예요. 언제 잊혀질지 모르는 게 배우의 숙명이잖아요. 늘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고 생각해요. 산에 올라가다 보면 돌산 혹은 낭떠러지 나오며 눈보라가 몰아치는 난관이 있겠지만 올라왔던 길을 생각해볼 수 있고, 발도 부르트고. 절경을 보면서 정상에는 더 멋진 풍경이 있을 거란 기대감도 가지잖아요. 이제 와서 주목받는 것도 물 흐르듯이 지나갈 거예요.”

그래도 여성 시청자들이 권율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권율이 생각하는 자기 자신의 매력이 궁금했다. 권율은 “소년 같은 상상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엉뚱한 상상력이 있어요. 다르게 보는 눈을 놓지 않으려고 하죠. 상우의 풀어진 캐릭터에 제 모습을 녹여내려고 했어요. 철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동네에서 대장질 혹은 상남자 놀이 하는 아이 같은 모습 등이요. 평소에도 획일화된 시각보다는 여러 시각을 두려고 해요. 장난기도 많고, 진지하기도 하고 호기심도 많은 제 모습들이 상우와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식샤2’를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권율의 팬들은 빨리 다른 작품에 나와 달라고 성화다. 일부 팬들은 ‘소처럼 일 해 달라’고도 외친다.

“빨리 나올지는 모르겠어요. 들어오는 작품들도 있죠. 이번에는 연기적으로 많이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한번 보여드릴 때 제대로 보여주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고요. 대신 나왔을 때 팬들에게 부끄럼 없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좋은 연기와 캐릭터를 약속드릴게요.”

마지막으로 “언제까지 배우를 할 것 같냐”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답했다. “할 수 있을 때 까지 하려고요. 누가 그만하라고 해도 그만 안 할 겁니다.”
hye@kmib.co.kr
이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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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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