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대있는 기사] 박근혜 대통령님, 한석규처럼 “내가 죽였다”까진 아니더라도…

[뼈대있는 기사] 박근혜 대통령님, 한석규처럼 “내가 죽였다”까진 아니더라도…

기사승인 2015-06-25 16:17:55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中

* 때로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 한 마디가 현재의 사회 현안을 관통합니다. 뻣뻣하고 장황한 논평보다 단 한마디가 듣는 이들의 가슴을 더 시원하게 해 주기도 하고, 후벼 파기도 합니다. 새로운 연재 ‘뼈대(뼈 있는 대사) 있는 기사’ 입니다.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내 책임이다. 내가 죽인 것이야. 이 조선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내 책임이다. 꽃이 지고, 홍수가 나고, 벼락이 떨어져도 내 책임이다. 그게 임금이다. 모든 책임을 지고 그 어떤 변명도 필요 없는 자리. 그게 바로 조선의 임금이란 자리다!”

세월호 참사의 충격과 슬픔이 온 나라를 뒤덮은 지난해에 이미 한 번 화제가 됐던 대사죠. 연재 첫 회부터 ‘재탕’이라는 게 좀 창피하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우려로 가득 찬 요즘 대한민국의 임금(대통령)을 보고 있자니 ‘재탕’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어서 이 대사로 골랐습니다.

2011년에 방영됐던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나온 세종(한석규 분)의 일갈입니다. 함께 한글 창제 작업을 하던 충신 한 명이 반대 세력들에 의해 죽자 안타까워하고 분노하며 내지른 외침입니다.

‘꽃이 지고, 홍수가 나고, 벼락이 떨어져도’란 대목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사람의 능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자연재해’마저 자신이 통치하는 나라 안에서 피해를 입은 누군가가 나왔다면 그 책임은 전부 군주에게 있는 것으로 여기는 성군의 모습이 강렬하게 드러난 순간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나라에 역병(疫病·메르스)이 돌고 그 원인엔 분명히 당국의 미흡한 대처가 있음에도 민간 병원의 원장(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을 불러 사과를 받았습니다. 이어 민간 병원(삼성서울병원)의 운영책임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 ‘대국민사과’하는 걸 보고만 있었고, “왜 이재용이 사과를 하느냐”는 국민들의 목소리에도 꿈쩍하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대국민사과의 ‘민영화’라는 웃을 수만은 없는 우스개 표현도 등장했습니다.

사도세자의 죽음과 조선 왕실의 이야기인 정병설 서울대 국문과 교수의 저서 ‘권력과 인간’에서 정 교수는 ‘권력’에 대해 일단 소유하면 내가 권력이 되고 권력이 내가 되는 주체와 대상의 동일화가 일어나고, 동일화가 잘 진행되면 나중에는 그것에 대한 책임과 의무감까지 생긴다고 했습니다.

딱 떨어지진 않지만 비슷한 생각입니다.

“그 어떤 변명도 필요 없이 모든 게 내 책임”이라고 외치는 군주의 모습 속엔 ‘책임’과 함께 ‘권력의 확인’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국가적 재난에 신음하는 국민을 위해 대책을 마련하는 건 신하들도 함께 할 수 있지만, 앞에 나서 “내 잘못이다”라며 사과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최고책임자인 나 밖에 없다는, 나를 제쳐놓고 감히 그 누구도 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확인이 될 수 있습니다.

메르스에 대한 ‘대국민사과’가 이 부회장의 선에 끝나는 순간, 박 대통령은 사회적 혼란에 대해 국민들에게 하는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마저 하지 않은 비겁한 대통령이 됨과 동시에 국가의 최고책임자만이 할 수 있는(그리고 해야 하는) 행위를 일개 민간 기업의 후계자에게 쉽게 넘겨준 허약한 대통령이 되는 것 아닐까요.

15일 노컷뉴스 기사(“박근혜 대통령은 왜 사과를 두려워할까”)를 보니 여권의 한 중진 정치인은 “전제군주는 사과할 일이 없는 것 아닌가? 절대 권력이 사과할 일이 뭐가 있나?”라고 오히려 반문했다고 합니다. 대체 왜 이렇게 생각할까요.

사과를 두려워 마십시오. 이럴 때 국민들 앞에 서서 사과를 해야 최고권력자라는 게 확인됩니다.

드라마 속 세종처럼 “내가 죽인 것”이라고 살기가 느껴지는 말까진 할 필요 없습니다. “죄송하다. 후속 대책에 꼭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 정도만 되도 충분합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 이름은 ‘박근혜’이지 ‘이재용’이 아닙니다. afero@kmib.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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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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