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민석 기자] 여러분들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에 있는 저금통 뜯어보셨나요? 평범해 보이는 동전 하나의 가치가 80만원에 이를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로또 500원짜리’에 비상한 관심이 쏠렸습니다.
최근 한 매체는 저금통에서 1998년 생산된 500원짜리를 찾아내 80만원을 벌었다는 한 공무원의 사연을 전하며 “500원짜리 동전이 1000배 넘는 가격으로 거래되는 이유는 희소성 때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1997년 말 시작된 외환 위기 직후여서 500원짜리 주화를 8000개밖에 생산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많은 네티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신기해했습니다. 일부는 “시중에 유통된 주화가 아니다”라거나 “사용감이 있는 주화는 가격이 떨어진다”며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화폐수집가로부터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화폐수집 동호회를 운영하는 A씨는 “1998년 발행된 500원짜리 주화는 국내용이 아닌 해외용”이라고 운을 뗐습니다. 그는 “한국은행은 정기적으로 해외기념품 및 선물용 화폐를 발행하고 있다”며 “주화로는 민트세트(1·5·10·50·100·500원)가 대표적이고, 지폐로는 연결형 또는 일렬번호가 빠른 게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1998년엔 유통 주화를 발행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 해외증정용만 발행됐다는 겁니다.
이 말은 사실일까요? 찾아봤더니 이 사실을 자세히 다룬 보도가 있었습니다. JTBC는 2012년 3월 “1998년에 생산된 500원짜리가 수집가들 사이에서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면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범국민적으로 진행된 동전 모으기 운동으로 당시 은행에 동전이 넘쳐나자 한국은행은 1998년 500원짜리 주화를 기념품용으로만 제조해 희소성이 높아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렇다면 해외에 증정된 1998년 500원 주화가 국내에서 발견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씨는 “민트세트가 국내에 있다면 한국의 동전수집가들이 이베이 등의 사이트를 통해 해외에서 올린 주화를 구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가능성은 낮지만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이 주화를 유통시켰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A씨는 마지막으로 “1998년 500원 주화도 미사용(새것)과 사용제(헌 것)에 따라 가격의 차이가 비교적 큰 편”이라며 “상태가 깨끗하지 않아도 30만원을 호가하니 우연히 발견한 사람에게는 로또나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7일 CBS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한 화폐수집가 김정식씨는 “가장 최근에 거래된 예로는 미사용주화가 지난 6월 26일에 135만원까지가 거래됐다”며 “현재 준미사용급 주화가 89만 5000원에 올라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헌 동전도 요즘엔 최소 50만원~60만원 이상 거래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1981년 만들어진 100원·10원짜리 동전도 상태가 깨끗하면 수만원 정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 만큼 동전별로 가치가 높은 년도를 기억해뒀다가 동전이 생길 때마다 체크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