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 명문이라는 서울대학교의 ‘수난시대’이다. 최근 ‘서울대’는 각종 사건·사고 기사에 자주 그 이름을 드러내고 있다.
4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오전 6~7시쯤 서울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박모(34)씨가 이 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6층에서 문이 열린 한 동아리 방에 들어가 전공 서적을 포함해 책 20여 권을 훔쳤다.
지난달 20일에 일어난 서울 잠원동 새마을금고 강도 피의자 최모(53)씨도 서울대 사범대학 81학번으로, 1988년 2월 졸업 후 2년 2개월 동안 강북구의 한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다 1990년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4월 1일에는 수년간 여학생 여러 명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 및 교수직에서 파면된 강석진(54) 전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도 이 학교 수학 학사 출신이다.
이처럼 ‘사건’에 ‘서울대’가 연달아 등장하자 네티즌들은 “성폭력 전과자나 강도도 고학력 시대냐”며 혀를 차기도 한다.
전공 서적을 훔친 박씨의 경우 후배들의 책을 훔치고, 강 교수도 자신의 후배들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한 경우다. 도대체 이들에게는 서울대라는 공동체 의식이나 선후배의식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또 박씨와 잠원동 새마을금고 피의자 최씨의 경우 절도와 강도 짓을 저지른 이유가 생활고라고 밝혔다.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절도와 강도를 저질러도 되는 것일까?
뉴스에는 심심치 않게 국제 수학, 화학, 생물, 물리, 생물, 정보 등 온갖 올림피아드에서 한국 학생들이 수상했다는 소식이 올라온다. 하지만 청소년과 대학생의 자살률 기사도 넘쳐나고 있다. 날로 지식은 더 많이 늘어나는데 더 불행한 것은 왜일까.
심리학에서는 물건을 훔치는 행동에 대해 ‘아동기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유아기와 아동기에 부모로부터 당연히 받아야 할 사랑과 애정을 받지 못한 경우에 다른 사람이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을 훔치면서 잃어버린 사랑의 부재와 애정의 부재 공간을 채우려고 하는 것이다.
성인이 돼 강도가 되고 절도를 하는 직접적인 원인은 어려서 부모의 헤어짐이나 무관심으로 인해 당연히 채워야 할 사랑과 애정의 기준이 없기 때문에 남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훔쳐서라도 채우려고 한다. 또 그런 절도와 강도의 짓을 하면서 사랑을 채워주지 않은 부모에게 무의식적으로 복수를 하게 되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가족의 경제적 지원 여부를 묻자 ‘사이가 안 좋다’며 진술을 거부했다. 최씨의 경우 교직생활을 그만 둔 이유가 아버지의 사업을 도우려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부모라면 ‘돈과 교육’의 가치를 저울질 할 때 우선은 아들의 의견을 먼저 물어 볼 것이고, 그 다음 부모의 사업을 물려줬을 텐데 부모 입장에서는 어떤 입장인지 모르지만 최씨가 일찍 교직을 떠난 것은 교육적 가치보다는 ‘돈’의 가치를 어려서부터 학습 받아왔기 때문인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박씨와 최씨의 가족적 관계를 보면 유아기와 아동기에 사랑과 애정을 받았다기 보다는 부모의 성공적 대리만족감을 받아온 것으로 여겨진다.
강 교수의 경우에는 연극성 성격장애(Histrionic Personality Disorder)의 모습을 드러낸다.
현대 이상심리학(권석만·2013)에 따르면 이 장애의 특징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흔히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성적으로 유혹적이거나 도발적인 행동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감정의 빠른 변화와 피상적 감정 표현을 보인다’, ‘대인관계를 실제보다 더 친밀한 것으로 생각한다’ 등이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나는 와이프가 1순위인데 너는 0순위다.”, “남자친구랑은 마주 보고 않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추행을 한 다음날 ”혹시 내가 잘못한 것이 있었느냐“고도 했다. 또 다른 피해자에게는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엉덩이를 만져서 ”사모님한테 얘기 한다“고 하니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정신분석적 입장에서는 이런 연극성 성격장애의 경우 엄마와 아빠 모두에게 애정부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어려서 엄마의 사랑과 애정을 못 받아 아빠에게 눈을 돌리지만 사랑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여성성과 남성성 모두 스스로 과도하게 형성하게 된다. 이렇게 두 가지 양상의 연극성 성격장애를 드러내게 된다.
이들 모두 ‘서울대’라는 최고의 지식 집단에 속하도록 양육되고 자라왔다. 부모와의 사랑과 애정을 충분히 받으면서 지식도 쌓아 나갔다면 가장 건강한 상태일 것이다. 하지만 오직 ‘서울대’에 들어가기 위한 ‘지식적 양육’을 받아왔다면 남의 인정하고 존중하는 지혜를 절대 가지지 못하게 된다.
굴레와 멍에는 다른 의미다.
굴레는 평생 벗을 수 없는 것이고 멍에는 벗으려면 벗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인간은 모두 부모에게 생물학적인 유전자(gene)와 문화적인 유전자(meme)의 모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생물학적인 유전자는 굴레와 같다. 소에 코뚜레를 꿰어 머리를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동여맨 것이 바로 굴레다. 생물학적인 유전자는 굴레처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건강하지 못한 문화적인 유전자를 멍에로 남기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멍에는 소가 일을 할 때만 쓰는 것이다. 경제적인 가난은 충분히 벗으려면 벗을 수 있다. 그 힘은 바로 부모의 사랑과 애정이다.
지식을 버리라는 말이 아니다. 아이들에게는 지식에 앞서 애정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충분히 사랑해 줘야 한다. 그래야 지식만 있는 불행한 삶을 살지 않게 된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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