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품위 있는 임종 ‘웰다잉(well-dying)’과 싸나톨로지

[칼럼] 품위 있는 임종 ‘웰다잉(well-dying)’과 싸나톨로지

기사승인 2015-09-12 06:12:55

"글·한선심 전일의료재단 이사장

[쿠키 칼럼] 고령인구가 늘면서 ‘품위 있는 임종’(well-dying)은 ‘잘 삶’(well-being) 못지않게 최근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 ‘품위 있는 임종’은 결국 ‘잘 삶’의 일부이다. 품위 있게 생을 마감하는 일은 죽는 사람 자신이 자아 존중감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며, 남은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웰빙·웰다잉의 본의는 물질적 수혜와 복지 이전에 인간의 특성이 물질을 초월하는 데 있다는 인간학적 통찰에서, 자신의 진정성을 발견하고 일상에서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깨달아,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지혜가 웰빙·웰다잉의 의미이다.

이 땅에서 살아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물질적 충족보다는,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존재가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지를 깨닫는 것이 더 소중할 수 있다. 한 인간이 인생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비록 물질적 풍요로움은 부족하다 하더라도, 인간으로서 소중한 것이 무엇이었고 자신의 진정한 본성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깨닫는다면 이보다 더 복된 마무리는 없다.

싸나톨로지(thanatology)는 의미 추구적 존재인 사람이 품위 있게 ‘자기 완결’을 이룰 수 있도록 안내하고 보조하는 통섭학문이다. 질병치료 및 통증완화와 관련된 자연과학, 인간됨의 의미와 자기완성을 다루는 인문과학,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다루는 사회과학 등 세 분야가 협동해 ‘개별생명’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차원’에서 인륜성의 성숙을 도모하는 것이 최종 지향점이다.

한국싸나토로지협회는 국제표준 죽음교육체계를 기준으로 고려대·부산대·부경대 평생교육원 등 6개 대학평생교육원에서 ‘죽음교육전문가과정’, ‘상실비탄애도전문가’, ‘호스피스에서의 영적 심리적 케어 과정’ 등을 운영하고 있다. 싸나톨로지는 환자 스스로 생명의 의미, 존재의 의미, 질병의 의미를 인지하고 지나온 과정을 성찰해 남아있는 삶의 의미와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아, 관계회복, 자신의 존재의미 발견, 축복 속에서의 떠남과 헤어짐을 통해 마지막 영적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죽음, 그리고 아름답고 존엄한 나의 삶’ 제로 웰다잉교육을 시작했다. 국가 공공기관에서 웰다잉교육이 이루어질 만큼 우리사회도 죽음준비교육에 인식이 보편화됐다.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웰다잉교육의 기본은 죽음 그 자체의 교육이라기보다는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환자의 주체적인 인식과 삶의 존재 방식에 더 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제 웰다잉 교육이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존재방식이나 죽음을 맞이하는 삶의 방식에 더 관심을 갖는다면 한국의 삶과 죽음의 질은 한 차원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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