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삼성라이온즈 선수들과 같은 듯 다른…기업인들의 도박 문제

[이슈 인 심리학] 삼성라이온즈 선수들과 같은 듯 다른…기업인들의 도박 문제

기사승인 2015-10-29 10:15:55

최근 기업인과 스포츠 선수들의 ‘도박’ 문제가 뜨거운 이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심재철 부장검사)는 22일 동남아 카지노에서 도박판을 벌인 혐의(상습도박 등)로 경비용역업체 H사 대표 한모(65)씨와 금융투자업체 P사 대표 조모(43)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씨와 조씨의 구속영장이 청구됨에 따라 동남아 원정도박 혐의가 드러난 기업인은 지금까지 8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에는 유명 화장품 업체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50) 대표도 있다.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의 의혹을 계기로 스포츠 선수들의 도박 심리에 대해선 지난 ‘이슈 인 심리학’에서 상세히 다룬 적이 있다. 그리고 기업인들의 도박에는 이들과는 또 다른 심리적 원인이 존재한다.

도박중독은 마약 중독자처럼 몸에 주사바늘 자국이나, 말을 느리게 하는 등의 이상 증상이 없다. 그래서 ‘숨겨진 중독(hidden addiction)’이라고도 부른다.

눈에 보이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추리’가 불가능하지만, 숨겨져 있는 ‘심리적 원인’은 분명히 존재한다. 금전적으로,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기업인들이 왜 ‘도박’에 빠지는 것일까?

기업인들의 도박중독에는 ‘공간 심리(spatial cognition in psychology)’가 원인 중 하나다.

기업인들은 평상시에도 ‘돈 = 숫자’에 대한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뇌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에서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게 만든다. 이 호르몬은 신체 각 기관에 더 많은 피를 받도록 맥박과 호흡을 증가시킨다. 그러다 보니 근육은 긴장을 하고 예민하게 되는 것이다.

숫자와 관련된 생각과 고민을 많이 하고 사는 이들은 회사의 사무실과 비슷하게 앉아서 돈과 숫자를 가지고 생각할 수 있는 장소이면서도 스트레스는 낮출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카지노’가 될 수 있다.

머리가 멍해지고 몸이 무거워지는 것은 산소의 결핍이 원인이다. 하지만 카지노는 모두 실내에서 음이온과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동안 돈과 숫자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그리고 잠도 부족하지만 졸지 않고 지속해서 도박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곳이 된다. 이처럼 기업인들이 카지노에서 도박에 빠지는 것은 공간적인 이유가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사실 중 하나가 바로 카지노에는 ‘시계’, ‘창문’, ‘거울’이 없다는 것이다. 회사의 사무실과는 반대로 시계가 없으면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눠서 계획적인 행동을 하는 나를 되돌아 볼 수도 없으며, 창문이 없으면 내가 있는 공간과 이 공간 밖의 공간에 대한 공간적 가치를 잊게 되며, 거울이 없으면 나의 정체성을 잊게 된다.

또 다른 이유에서는 ‘경쟁적 공간(competitive space)’ 심리가 카지노에 존재한다.


심리적으로 남성 둘이 있을 때와 여성 둘이 있을 때는 심리가 다르다. 여성 둘이 있을 때는 서로 도와주거나 모성적 심리가 발동한다. 반대로 남성 둘이 있을 때는 ‘경쟁심리’와 ‘공격심리’가 생긴다.

예를 들면, 엘리베이터에 여성 둘이 있으면 서로 어디 사는지 인사부터 나누지만, 남성 둘이 있으면 서로의 키와 눈빛 그리고 상대가 강한지 약한지와 같은 ‘경쟁적인 존재’로 바라보는 것이 본능이다. 모든 남성과 여성의 경우가 그렇지는 않지만 호르몬의 작용이 이러한 남성과 여성의 공간에 대한 본능을 자극하게 된다.

여성에게는 에스트로겐(estrogen)이라는 태반에서 분비되고 생식주기에 영향을 주는 여성호르몬이 있다. 즉, ‘생명’과 관련된 이 여성호르몬은 부드럽고 보살펴주고자 하는 심리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경쟁을 해야 하는 ‘스포츠 경기’를 보더라도 여성은 지고 있는 팀에게 ‘마음’이 더 가고, 힘내라고 응원하고 싶은 심리가 형성된다.

반면에 남성에게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을 가지고 있다. 이 호르몬은 근육과 뼈의 발육을 도와주는 호르몬이다. 즉, ‘강함’과 ‘공격성’과 관련된 ‘힘’을 형성하는 심리에 영형을 미친다. 이 호르몬 때문에 남성들은 사각의 링에서 싸우는 권투선수나, UFC 케이지에서 싸우는 선수들의 강한 모습의 대상에게 동화(同化) 현상을 보이게 된다. 즉, 자신의 감각과 지각을 경쟁에서 승리하는 자의 성질의 것들로 동일화 시키는 것이다.

도박에 빠지는 기업인들은 카지노에서 이런 ‘경쟁심’을 다시 느끼게 될 수 있다. 이 경쟁심은 ‘숫자’와 ‘돈’에 대해 회사에서 느끼지 못하던 ‘스트레스’를 풀면서도 ‘공격성’은 드러낼 수 있는 자유공간으로 느끼는 것이다.

‘한탕주의’나 폭력 조직과의 관련성에 대한 분석도 중요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이런 심리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기업인들 스스로가 자각해야 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재연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ukimedia.co.kr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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