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은, ‘야구’라 쓰고 ‘반전드라마’라고 읽는다…2년 간의 설움 날린 감동의 역투

노경은, ‘야구’라 쓰고 ‘반전드라마’라고 읽는다…2년 간의 설움 날린 감동의 역투

기사승인 2015-10-30 00:03:55
두산 베어스 제공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30일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거둔 두산 베어스의 승리는 이날 두 번째 투수로 나온 노경은(31·사진)의 승리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이날 두산 김태형 감독이 오랜 고민 끝에 ‘깜짝 선발’로 내세운 좌완 이현호(23)는 1.2이닝 동안 3실점(4피안타)을 한 후 허무하게 마운드를 내려갔다. 두산의 투수 운용이 완전히 꼬일 수 있는 시점이었다.


노경은은 2대3으로 역전을 당한 후 팀 분위기가 처져 있을 때 등판했다. 올시즌 팀타율 1위(0.302)에 빛나는 삼성의 타선 분위기가 한껏 올라온 시기라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노경은의 역투는 눈부셨다.

노경은은 5.2이닝 동안 92개의 공을 던져 2안타 만을 허용하고 무실점을 기록했다. 볼넷을 2개 내주는 동안 삼진을 5개 잡았다. 스포츠 팬들은 흔히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의 이름 앞에 ‘갓(God)’을 붙이곤 한다. 이날의 노경은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갓경은’이었다.

삼성의 타자들은 노경은의 투구에 전혀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다시 기세를 내줬고, 노경은이 철벽 피칭을 뽐내는 동안 두산 타자들은 2점을 뽑아 4대3으로 재역전에 성공했다.

삼성은 9회초 1사 만루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두산은 그대로 KS 3승째를 거뒀다. 1승만 더하면 14년 만의 KS 우승이다.

한편 이날 노경은이 던진 92개의 투구는 정규시즌을 포함해 올해 최다 이닝·투구 수다. 9월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케이티 위즈전 기록(5⅓이닝 86구)이 지금까지 올해 최다였다.

노경은은 생애 두 번째로 한국시리즈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그는 2013년 10월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선발투수로 나와 6.1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잡아내며 상대 타선을 4안타에 1실점(1자책점)으로 꽁꽁 묶어 생애 첫 한국시리즈 승리를 기록했다.

노경은은 2012∼2013년 전성기를 맞았다.

2012년에 평균자책점 2위(2.53), 완투 5위(2경기), 완봉 1위(2경기), 승리 5위(12승), 삼진 5위(133개)를 기록한 데 이어 2013년에는 이닝 6위(180⅓이닝), 삼진 3위(153개)에 랭크됐다.

하지만 혹사에는 장사가 없었다. 2014년 3승 15패로 ‘최다 패전’ 투수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평균자책점은 9.03에 달했다.

올 시즌도 쉽지 않았다. 6월 한 달 동안 평균자책점 9.00을 기록, 팬들은 그가 마운드에 올라와도 반기지 않았다. 7월에는 1군 등록 하루 만에 2군행을 통보받았다.

올 시즌 47경기에 나와 1승 4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4.47.

그동안 겪은 설움을 한 번에 날려버린 감동의 역투였다. afero@kukimedia.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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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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