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사람이 직업을 갖고, 어딘가에 소속돼 열심히 살아가는 건 그 자체로 박수 받을만한 일입니다. 더구나 그 사람이 투철한 소속감과 함께 열정을 다해 일한다면 존중되고 존경받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제3자의 시선에 의해 열정이 곡해되거나 모욕당할 때가 있습니다. 하물며 그런 모욕이 같은 분야에 소속된 사람 간에 이뤄진다면 어떨까요.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괜스레 텃새를 부리고 싶었던 걸까요? 아니면 상대를 모욕하며 상대적 우월감을 느끼는, ‘갑질’의 다른 행태인 걸까요.
최근 프로야구 케이티 위즈의 포수 장성우가 전 여자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인기 치어리더 박기량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메시지를 보낸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일었죠. 장성우는 박기량에 대해 “XX 냄새나게 생겼다” “야구 좋아하는 X들은 다 저래” “얼굴XX에 XX 토할 거 같음” 등의 모욕을 서슴지 않는가하면, “박기량 또한 다 XX XXX 난 안그래요 걱정마세요”라 말하며 심한 성적비하 발언까지 했습니다. 또 박기량이 여러 야구선수와 문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듯한 말도 했죠.
구단은 장성우에게 2016시즌 개막 후 50경기 출장 정지 및 연봉동결과 2000만원의 벌금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유소년 야구 봉사활동 120시간과 사회 봉사활동 120시간의 징계를 내렸습니다. 자못 무거운 징계로 보입니다만, 그럼에도 ‘이제 됐다’는 식으로 그냥 넘길 수 없는 이유는 그의 발언이 야구계 저변에 깔려 있는 치어리더를 향한 부정적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박기량의 소속사 RS컴퍼니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논란에 대한 입장을 전하면서 “법적조치 등의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대응할 것이고 적극 해명할 것이다. 추측성 음해 글과 확대재생산 글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 할 것이다. 박기량 씨는 수년 간 묵묵히 최선을 다하며 본인의 자리를 지켜온 25살의 여성이다. 이번 일로 인해 큰 충격과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13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루머 유포자와 장성우를 명예훼손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소했습니다.
박기량은 심경고백을 통해 “용서를 하고 싶지도, 해서도 안 되는 상황”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보이며, “허무맹랑한 내용에 여성으로서 수치스럽지만, 이것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 혼자 용서를 해버리면, ‘야구인’이라는 단어를 품고 사는 사람들 전체에게 그릇된 인식이 만들어 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기량은 과거 MBC ‘세바퀴’에 게스트로 출연해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취급을 받은 적이 있다. 치어리더라는 개념이 잡히지 않았던 시절 체육대회에서 아버지 연배 되는 분이 술을 따르라고 하더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야구’라는 스포츠가 한 경기 한 경기 성대히 치러지기까지 참으로 많은 손길이 모아집니다. 선수는 물론이고 심판, 감독, 코치, 스폰서, 배트걸, 치어리더, 그리고 팬들까지. 그들 모두를 ‘야구를 사랑하는’이란 수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면, 그를 한 단어도 ‘야구인’이라 정의내릴 수 있을 겁니다.
그녀의 눈물을 쉬이 넘겨서는 안 될 일입니다. 그녀는 야구장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한 ‘야구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야구선수만큼의 대우를 받는 것도, 또 그런 처우를 요구한 것도 아닙니다. 다만 야구인으로 남고 싶다 말합니다. 그렇다면 그녀들을 불편한 이방인으로 보기보다, 함께 야구를 사랑하는 가족으로 보는 게 성숙한 야구문화 조성에 좀 더 이로운 처사일 겁니다. dani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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