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민석 기자] 최근 SK텔레콤을 시작으로 KT와 LG유플러스도 ‘무제한 요금제’ 등의 광고와 관련해 ‘허위 광고’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소비자 피해 구제안을 제출했는데요.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수백억대에 이를 수 있는 과징금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통사들이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음성·문자 무제한’ ‘데이터 무제한’ 등 무제한이라는 문구를 요금제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는데, 이번에 갑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로 돌변했기 때문입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지난달 20일 동의의결을 신청한 데 이어 LG유플러스와 KT도 각각 27일과 29일에 동의의결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동의의결이란 불공정 거래 행위가 있다고 판단될 때 사업자가 스스로 소비자 피해구제 방안을 마련하면 공정위가 위법 여부를 가리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입니다. 이번에 동의의결이 받아들여지면 이동통신 3사는 수백억원대의 달할 수 있는 과징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공정위가 부당 광고로 판정할 경우 통상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2%가 부과되고 관련 매출액을 산정하기 어려울 땐 최대 5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됩니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부터 이통 3사가 홍보에 활용한 ‘무제한’이라는 표현을 두고 허위 광고 여부를 조사했습니다. 공정위는 특히 이통 3사 공통으로 올해 5월 데이터중심요금제를 내놓으며 LTE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하면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고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일정량 이상을 사용하면 데이터 전송속도가 3Mbs 이하로 떨어지는 사실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일례로 한 이통사는 추가요금을 지불해야하는 부가서비스를 출시하며 하루 중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6시간 동안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고 홍보하면서 일일 제공되는 1GB 데이터를 소진하면 400kbps 속도로 변경되도록 했습니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은 ‘제한 있는 무제한 요금제’라고 불만을 표출했지만, 무제한이라는 단어는 계속 활용됐습니다.
최근 공정위는 속도가 느려지는 사실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고 가입자를 유치한 만큼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그러자 이통사들이 위법 판정이 떨어지기 전에 선제적인 조처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위는 심사관의 보고 후 전원회의를 거쳐 14일 이내에 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이통 3사는 동의의결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시정방안으로 데이터·음성·문자 제공량 명확하게 표시, 문자메시지 알림 서비스 강화, 데이터 일정량 제공 등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는 공정위가 동의의결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피해 구제방안을 추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공정위가 내놓은 시정방안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통 3사는 전송 속도가 느려진다는 사실이 광고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허위광고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인터넷상에 노출된 기사 및 광고 등에선 무제한이라는 단어만 강조돼 있지 속도가 느려진다는 부분 설명은 생략되거나 찾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허위광고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애매한 부분이 많다”며 “그런 부분들을 해결하려는 차원에서 동의의결을 신청해 이통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일단 공정위가 허위 광고라고 판단을 내린 게 아니다”면서 “동의의결을 신청해도 법적으로 따져보는 절차가 있기 때문에 과징금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추측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동의의결을 신청한 이유는 제도가 있으니 선택한 것으로 선제적으로 소비자들의 피해를 구제하면 되지 않느냐는 이통사들의 의견”이라고 덧붙였습니다. ideaed@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