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은 오컬트 장르 영화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이야기기도 하다. 소녀에세 씌인 악마를 없애기 위해 두 사제는 엄청난 희생을 하지만 그 희생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사람이 가장 많은 명동 한복판, 가장 더럽고 작은 방에서 아무도 모르는 예식을 6개월째 치르고 있는 김신부에게 배우 김윤석이 끌린 것도 그래서다.
“평생 독립운동을 위해 몸 바친 사람이 병원에서 홀로 쓸쓸히 죽어가는 것을 생각해 봐요. 독립운동가들 중에 아무도 자신의 영광이나 찬란한 미래를 위해 싸운 사람은 없어. 그래도 누군가는 가야 하는 길이니까 간단 말이에요. 김신부도 그런 사람이에요. 소외된 사람이 모두를 괴롭히는 악을 물리치려고 애쓰는 거죠. 지금 한국 사회에 가장 필요한 명제예요.” 최근 서울 모처에서 만난 김윤석은 자신이 맡은 김신부를 독립운동 혹은 민주화운동가에 비교했다. 김신부는 ‘검은 사제들’ 러닝타임 내내 큰 감정의 동요를 내비치기보다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간다. 교계에서도 따돌림 당하지만 그에 대해서 화를 내기보다는 소녀 영신(박소담)을 구하는 데에 골몰한다.
김 신부는 김윤석의 말을 빌자면 깡패 같은 신부다. “로만 칼라만 빼면 완전히 조폭이지 그게. 처음 등장하는 장면 보면 로만칼라도 빼고 깡패처럼 하고 다니잖아요. 머리도 조직폭력배 같고, 수염도 안 깎고. 말투는 불친절하고. 기껏 일 도와주러 온 최부제(강동원)에게는 툭툭 험한 소리나 하고. 그런데 그게 테스트예요. 감정적으로 동요하면 끝까지 영신이를 구할 수가 없으니까.” 시종일관 모든 것에 시큰둥해보이던 김신부의 감정이 처음으로 보이는 것은 영화의 말미다. 김신부가 흘리는 마지막 눈물은 신부이기 이전에 신에게 던지는 인간의 질문이다. 왜 모든 인간을 위해 이 아이가 희생되어야 하냐는 눈물로 김신부라는 사람이 가진 따뜻함이 엿보인다.
‘검은 사제들’에 쏠리는 관심은 벌써부터 속편 제작에 대한 화제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김윤석은 속편 출연 여부에 관해서는 손을 내저었다. 이미 한 사람의 신부로 성장한 최부제의 이야기가 나오면 모를까, 김신부의 이야기는 끝이 났다는 거다.
그렇다면 김윤석의 다음 도전은 무엇일까. 아쉽게도 아직 결정된 작품은 없다. “나는 나를 설득시키는 시나리오가 들어온다면 언제든지 바로 하겠다고 해요. 배우라면 누구나 그럴 거예요. 하고 싶은 시나리오를 굳이 꼽자면, 코미디 영화를 하고 싶어요. 캐릭터가 과장된 것보다는 상황이 사람을 우습게 만드는 블랙 코미디를 좋아해요. 완성도도 중요한 요소고요.” 시나리오를 결정하는 데 가장 영향을 끼치는 것은 ‘할 만한 이야기인가’하고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자신있게 “할 만 하다”고 스스로에게 답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연기해 왔다는 것이 김윤석의 자부심이다.
‘검은 사제들’도 그렇다. 독특한 장르지만 김윤석은 ‘검은 사제들’이 한국 영화의 한 뼘을 넓힐 거라는 확신이 있다. “꼭 내가 연기한 영화라서가 아니라 ‘검은 사제들’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장르 영화가 관객들에게 ‘볼 만 하다’ ‘좋다’는 믿음을 준다면, 그 정도 성과만 거둬도 충분히 만족해요.”
사진=박효상 기자/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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