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기자의 호시탐탐] 알뜰주유소 6년, 알뜰하지 못해… 일반주유소보다 비싸, 폐업도 속출

[봉기자의 호시탐탐] 알뜰주유소 6년, 알뜰하지 못해… 일반주유소보다 비싸, 폐업도 속출

기사승인 2016-02-19 11:17:55
국민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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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형 아나운서▷ 조규봉 기자의 봉기자 호시탐탐 지금 시작합니다. 봉기자, 주제 알려주시죠.

조규봉 기자▶ 네. 오늘은 알뜰주유소에 대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국민들에게 저렴한 기름을 공급하겠다며 정부가 도입한 알뜰주유소. 하지만 몇 달 째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알뜰주유소의 가격 경쟁력도 사라졌고요. 결국 도입한 지 몇 년 되지도 않아 알뜰주유소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는데요. 알뜰주유소라는 정부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인지, 알뜰주유소의 지난 6년을 돌아봅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봉기자, 알뜰주유소란 어떤 주유소인가요?

조규봉 기자▶ 알뜰주유소는 정유사에서 대량으로 공동구매한 휘발유와 경유를 석유공사와 농협이 공급받아서요. 주유소 부대 서비스 등을 없애고 주유비용을 기존 주유소에 비해 낮춘 주유소입니다. 정부가 도입한 하나의 정책이죠. 휘발유 값이 리터 당 2000원을 웃돌던 고유가 시대에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그렇군요. 기존 주유소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기름을 판매한다는 건, 고유가로 힘들어하는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 맞는 것 같은데요. 어쩌다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인지 모르겠네요. 도입 초반만 해도 어느 정도 인기가 있었잖아요.

조규봉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11년 도입된 알뜰주유소는 2012년 844개, 2013년 1031개, 지난해에는 1143개로 꾸준히 증가했는데요. 그 수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인기가 있었다는 거죠.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던 고유가 시대였잖아요. 그런데 일반주유소 대비 리터당 40~50원이 저렴한 알뜰주유소의 인기는 높을 수밖에 없었죠.

강주형 아나운서▷ 아마 그 때만해도 일부러 알뜰주유소를 찾아가는 경우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이제 국제유가가 급락했기 때문에 일반주유소와 알뜰주유소의 판매가격 차이가 별로 나지 않게 된 건가요?

조규봉 기자▶ 맞습니다. 실제로 지금 일반주유소와 알뜰주유소 간 휘발유 값의 차이가 얼마 나지 않습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서 매일 달라지는 기름 값을 거기서 확인할 수 있는데. 지난달 중순을 기준으로 볼 때,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1394.80원이었습니다. 전국 알뜰주유소 평균 리터 당 판매가격은 1350.73원이었고요. 44.07원의 차이를 보인 것이죠.

강주형 아나운서▷ 뭐, 큰 차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알뜰주유소가 좀 더 저렴하긴 하네요.

조규봉 기자▶ 거기에도 함정이 있습니다. 전국 평균가격을 보면 알뜰주유소가 더 저렴하지만 가격대별로 비교해보면 상황이 다르거든요. 가격이 낮은 1200원대의 일반주유소 숫자는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알뜰주유소는 제자리걸음입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아, 그렇군요. 그리고 또 일반주유소들은 카드사와 연계된 할인 이벤트가 있지만 알뜰주유소는 그런 게 전혀 없잖아요.


조규봉 기자▶ 그렇죠. 정유사들은 카드업체들과 제휴를 맺어 유류 할인마케팅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으니까요. 이미 알뜰주유소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이런 상황에서, 세차와 경품, 할인 포인트 등 일반주유소의 혜택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알뜰주유소의 가격 경쟁력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그야말로 알뜰주유소의 앞날이 캄캄해 보이는데요. 봉기자, 알뜰주유소의 현 상황은 어떤가요? 많이 안 좋은가요?

조규봉 기자▶ 일단 알뜰주유소 중 일반주유소로 전환하거나 아예 폐업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올해 1월을 기준으로 볼 때, 새로 문을 연 곳보다 문 닫은 곳이 더 많았고요. 전체적으로 봐도 전국의 알뜰주유소 수가 2011년 도입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죠. 그런데 사실 이건 예고됐던 결말입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예고됐던 결말이라뇨?

조규봉 기자▶ 유가 하락이라는 변수를 생각하지 못한 정책이잖아요. 알뜰주유소의 장점은 가격인데, 가격이 메리트가 없다면 일반주유소와 다른 게 없죠. 그리고 지금 그렇게 되어버렸으니까요. 결국 국민 세금을 투입해 간판만 바꿨을 뿐, 일반 주유소와 다를 게 없는 주유소를 만든 것입니다. 또 가장 큰 이유는 유가 하락과 고정적인 유류세 때문입니다. 유가가 급락하면 주유소들이 정유사들로부터 받는 석유공급가가 낮아지죠. 하지만 리터당 유류세는 거의 변화가 없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유류세는 리터 당 고정액이 부과되는 종량세이기 때문입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공급가가 낮아지면, 그에 따른 세금도 낮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죠?

조규봉 기자▶ 그렇죠. 유류세가 고정돼 있으니 가격 경쟁을 하려면 마진폭을 줄여야 하는데 이게 사실상 한계가 있잖아요. 최근 휘발유 값 하락으로 리터 당 주유소 마진은 75.4원으로 역대 최저 수준인데요. 휘발유 값이 L당 2000원에 육박했을 때와 비교해 보면 40% 가까이 하락한 마진입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공급가가 낮아져도 고정되어 있는 유류세. 게다가 마진폭을 줄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 알뜰주유소가 다른 일반주유소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건가요?

조규봉 기자▶ 원래부터 방법은 하나 뿐 입니다. 정유사로부터 공급받는 가격에서 일반 주유소와 차이를 벌리는 건데요. 하지만 유가 급락으로 이마저도 어렵게 된 것이죠.

강주형 아나운서▷ 이상하네요. 분명 처음 알뜰주유소가 도입되었을 때는 일반주유소에 비해 가격이 저렴했잖아요. 그건 두 주유소 사이에 공급 가격의 차이가 어느 정도 있었다는 거 아닌가요?

조규봉 기자▶ 2011년 말 정부가 알뜰주유소 제도를 처음 도입했을 때는 석유공사, 농협 등이 정유사로부터 대량 구매해 단가를 낮추는 방식을 취했었습니다. 그런 방식 덕택에 알뜰주유소가 공급받는 석유 단가는 한때 일반 주유소보다 L당 50원 이상 싸기도 했고요. 하지만 유가 급락에 경기 불황이 겹치면서 이런 방식도 별 소용이 없어진 것이죠.

강주형 아나운서▷ 왜 그렇게 된 건가요?

조규봉 기자▶ 물량이 넘친 정유사들이 싼값에 석유를 풀었거든요. 결국 석유공사의 알뜰주유소 공급가와 차이가 점차 줄어들었죠. 현대오일뱅크 기준으로 살펴보면, 2012년 3월 리터 당 42.1원에 달했던 일반주유소와 알뜰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 차이는 2014년 말 24.7원으로 좁혀졌고요. 2016년 1월 둘째 주에는 18.4원으로 더 축소됐습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그럼 남은 방법은 하나밖에 없네요.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하는 것인데요. 세금 인하 계획이 있나요?

조규봉 기자▶ 그럴 리가 없죠. 아직 유류세를 건드릴 시기는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유류세라는 게 가격의 완충장치 역할을 해서 소비 안정성을 갖게 하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는데요. 정부가 볼 때 현재 유류세율이 크게 높지는 않다는 거죠. 그야말로 남의 속은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정부가 유류세를 당분간 현 수준으로 고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는 건, 알뜰주유소를 만들어놓고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걸로 보이는데요. 이렇게 되면 지금 진행되고 있는 알뜰주유소 이탈 현상은 당분간 가속화되겠죠? 봉기자, 어떤가요?

조규봉 기자▶ 맞습니다. 유류세가 바뀌지 않는 한 달라질 수는 없죠. 유류세는 리터 당 고정액이 부과되는 종량세라서요. 아무리 국제유가가 싸진다고 해도 휘발유 가격은 리터 당 1000원 이하로 떨어질 수 없는 구조입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네. 아마 정부는 판매 가격을 낮춘 주유소가 시장에 나오면, 경쟁이 되어서 주유소 휘발유 값이 떨어질 것으로 봤을 텐데요. 그런 예측이 완전 빗나간 것이네요.

조규봉 기자▶ 그렇죠. 사실 국제 유가라는 건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정부에서도 갑자기 고유가가 저유가로 돌아선 것을 미리 알 수는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정책으로 인해 국민의 아까운 세금이 대량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인데요. 정부는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일반 주유소에 대해 시설개선비용의 90%, 최대 3000만원을 지원했고요. 재산세, 법인세 등 감면 혜택도 줬습니다. 제도 도입 후 지난해 말까지 시설지원자금만 150억 원이 나갔죠.

강주형 아나운서▷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세금이 투자되었군요. 그런데 도입한 지 몇 년 되지 않아 실효성을 잃었고요.

조규봉 기자▶ 네. 굳이 셀프주유를 감수하며 외딴 알뜰주유소를 찾을 차별성이 이제는 없어졌습니다. 결국 정부의 기름 값 개입은 교통세 등 유류세 문제만 부각시키고 말았죠. 아마 국제유가가 떨어질수록 유류세에 대한 불만은 더 커질 것 같습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네. 뭔가 확실한 대책이 필요한 것 같네요. 정책을 만든 정부가 나서서 책임을 져야하지 않을까 싶고요. 지금까지 봉기자의 호시탐탐이었습니다. ck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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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봉 기자
ck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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