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태구 기자] 우리은행이 어음사기 유죄가 선고됐지만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의 법적 차이를 이유로 중소기업에 손해배상을 미루고 있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한국캐릭터산업협동조합은 29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기업과의 분쟁으로 어려움을 겪은 (주)지원콘텐츠가 부도 위기를 맞았는데 (우리은행이) 어음을 할인해주겠다며 원본을 가져간 후 돌려주지 않아 최종 부도처리됐다”고 밝혔다.

이날 조합과 지원콘텐츠 및 관련 피해자 700여명은 “우리은행이 1심 재판이 끝나면 피해자들에 대한 조치를 하겠다고 하다가 2심 재판이 끝나면 식으로 책임을 회피해 왔다”며 “대법법 판결이 끝난 후에도 피해자에 대한 행장의 사과 한마디도 없이 민사재판 결과를 봐야한다며 대형 법무법인을 동원해 ‘법대로하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큰 규모의 주식회사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임의로 손해배상을 할 수 없다”며 “형사 재판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됐다고 하더라도 민사 소송이 진행진행 중이기 때문에 1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법원의 판단에 따라 배상 책임을 지겠다”고 반박했다.

지원콘텐츠는 일본 캐릭터 헬로키티를 국내 독점 판매한 중소기업이다. 일본 업체와 사업 분쟁을 겪으면서 경영 위기에 놓였고 지난 2011년 11월 약 2억5000만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맞았다.

당시 우리은행 학동지점 부지점장은 어음을 할인해 자금을 융통해주겠다면 지원콘텐츠로부터 7억8000만원 상당의 어음 원본 5장을 받았지만 최종 부도 처리될 때까지 할인해주지 않고 어음 원본도 돌려주지 않았다.

이에 지원콘텐츠는 우리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사기 혐의로 우리은행 학동지점 지점장과 부지점장에 대해 각각 징역 1년과 집행유예 3년,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합과 지원콘텐츠 등은 이런 대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우리은행에서 어음을 제때 할인받지 못해 부도를 맞았고 이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 판결을 했다”며 “피해자인 중소기업을 위해 우리은행이 적극적으로 배상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우리은행은 임직원의 사기 행위에 대해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이를 부인하면서 책임회피로 일관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소상공인, 소시민 등 피해자들이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우리은행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를 알리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이번 집회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하겠다’며 겁박했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원콘텐츠가 이광구 은행장의 면담과 사과를 촉구하는 것은 과한 요구”라며 “우리은행은 큰 규모의 주식회사로 절차에 따라 손해배상이 진행되는데 이를 무시하면서 (지원콘텐츠가) 시위 등 업무방해와 여론몰이를 계속한다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법정관리에서 벗어난 지원콘텐츠 측은 우리은행으로 인해 협력업체의 재산손실을 포함해 1000억원 이상을 피해입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ktae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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