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철학자의 여정’

[신간] ‘철학자의 여정’

기사승인 2016-04-08 15:53:55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조선 시대 철학자이자 풍수지리 대가인 토함 이지함은 괴인으로 불릴 정도로 자유롭게 인생을 살았던 자유주의자였다. 동시에 신분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휴머니스트이기도 했다. 이지함은 쇠로 만든 갓을 쓰고 다니며 그 갓으로 밥을 지어 먹을 정도로 소탈했고 흙으로 움집을 지어 살며 속세에 찌들기를 거부했다. 또 거리의 걸인에게 당장 먹을 밥을 주기보다 평생 밥을 먹을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쳤다. ‘철학자의 여정’은 이지함과 함께 충청남도 곳곳에 숨어 있는 명소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각 장의 시작과 마지막에는 이지함의 명언을 담고 있다.

“마을 지형이 동자가 북을 치는 모습과 닮은 동자북 마을에는 슬픈 전설이 전해온다. 삼국시대 말 백제 사비성이 나당연합군에 함락된 후 백제 풍 왕자는 서천 지역까지 밀려난다. 마을에 있던 동자 19명은 풍 왕자를 지키기 위해 호위무사가 되어 북을 치며 전쟁을 북돋웠지만 모두 전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만다. 전투 당시 많은 비가 내렸는데 그날 이후 비 오는 날이면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북소리가 마을 곳곳에 울려 퍼졌다. 은은하지만 처절하게 들리는 이 소리는 바로 동자들이 치던 북소리였다. 마을 사람들은 그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동자북을 만들었다. 동자북을 19번 치면 동자들의 혼령이 살아나 복을 주고 소원을 성취해 준다고 한다.” (p.96)

이지함은 미치광이 연기를 하며 전국을 돌아다녔다. 서민의 삶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어떻게 하면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가난에 시달리며 살기 위해 발버둥치던 당시 서민들의 모습은 경쟁에 치여 살아가는 우리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지은 지음 / 이야기나무 / 11,500원

bluebell@kukimedia.co.kr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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