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울릉=김희정 기자] 독도문방구!
이름도 정겨운 이곳에서는 독도의 이야기가 오롯이 녹아 있는 물건을 판다.
울릉도에서 5대째 살고 있는 김민정(여·36)씨가 만들었다.
어릴 적, 없는 것이 없었던 학교 앞 문방구처럼 이곳에도 갖고 싶은 물건이 가득할 것 같다.
그런데 김민정 대표를 만나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이곳은 문구와 기념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독도 사랑과 추억을 덤으로 나눠주는 곳이다.
육지에서 유학(?)과 직장 생활을 하던 김 대표가 울릉도로 돌아와 독도문방구를 차린 것은 동화책 한 권 때문이다.
그는 아이를 낳고 우연히 읽게 된 ‘강치야, 독도야’란 동화책을 통해 독도 강치가 멸종된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적잖은 충격과 부끄러움을 느꼈다. ‘독도의 관문인 울릉도에 사는 사람이 이렇게 독도를 몰랐구나….’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응해 태극기를 흔들며 규탄대회를 여는 것이 전부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독도와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동식물을 알리며 독도를 더 친근하게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독도에 사는 풀 한 포기, 물고기도 한 마리 잊지 말고 우리 땅 독도를 지켜나가자는 마음으로….
독도 캐릭터 제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독도문방구는 이렇게 탄생했다.
◇ 강치 알아보는 아이들 모습에 뭉클
김 대표는 울릉도 도동 선착장 인근 W호텔 1층 작은 공간에 간판을 내걸었다.
독도문방구에서는 노트와 연필, 볼펜, 메모지 등의 문구류와 보틀, 보온병, 머그컵 등의 독도 관련 기념품을 판매한다. 최근에는 3종의 에코백, 냉장고 마그네틱 등을 제작했다. 모두 독도와 강치, 오징어 등이 짤막한 설명과 함께 예쁘게 그려져 있다.
가장 인기가 있는 제품은 독도 강치 인형이다.
강치 인형은 어른보다 아이들이 먼저 알아본다. 독도 관련 교육이 강화되면서 초등학교 2학년 교과서에 강치 이야기가 실렸기 때문이다.
강치를 알아보는 아이들의 모습은 김 대표에게 감동으로 다가온다.
“아이들이 ‘앗! 강치다!’라고 소리치며 반갑게 인형을 만질 때에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독도 캐릭터 제품을 만든 보람을 느낍니다.”
김 대표는 조만간 다양한 크기로 강치 가족 인형을 제작할 계획이다.
지난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디자이너가 직접 붓으로 강치를 그려 넣어 제작한 ‘강치 머그컵’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 외국인이 독도 기념품 찾을 때 보람 느껴
독도문방구 제품은 외국인에게도 반응이 좋다.
강치 인형과 노트를 미국이나 이탈리아 등의 교민과 한인 2세에게 선물로 보내려는 주문이 심심찮게 들어온다.
울릉도 관광이나 독도 탐방을 온 외국인들도 독도문방구에서 기념품을 구입한다.
“외국인 손님을 맞이할 때마다 독도 해외 홍보에 일조한다는 기분이 들어 긍지를 느낍니다. 외국인 고객을 위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안내 책자를 만들 계획입니다.”
◇ 동네 문방구 넘어 울릉도 대표 기업으로
김 대표는 독도문방구를 지역 대표 기업으로 만들기 위한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다.
동네 문방구를 넘어 지역사회와 공생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지난해 12월에는 울릉도 최초로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됐다. 새내기 창업가인 김 대표에게는 녹록치 않은 과정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독도문방구를 운영하며 받아 온 많은 사람들의 관심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했다.
올해는 지역 여성들의 고용을 늘리기 위해 울릉도에서만 나는 제철 나물과 오징어로 간단한 테이크아웃 도시락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전주 한옥마을처럼 독도에 가는 관광객들에게 한복을 빌려주는 사업도 준비 중이다.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야심차게 계획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학생들을 위한 독도 공정여행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관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독도와 울릉도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나물 캐기와 오징어 체험 등이 가능한 여행 상품이다.
독도가 그려진 제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독도를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과 추억을 제공하는 독도 전문 문화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하는 셈이다.
독도문방구 김민정 대표는 “지금 독도의 모습, 살아 있는 독도의 이야기를 통해 독도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늘 함께하는 땅이 진정한 우리의 영토’라고 생각하는 김민정 대표, 그는 오늘도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독도를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 shine@kukimed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