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태구] 문턱 높은 은행 대출, 서민에게 다가서야

[기자수첩/김태구] 문턱 높은 은행 대출, 서민에게 다가서야

기사승인 2016-06-03 09:05:55

[쿠키뉴스=김태구 기자]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가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란 무척 힘들다. 은행들이 음식점과 같은 자영업을 중점관리산업 B등급으로 지정해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있어서다. 경기 불황에 따라 음식점이 장사가 안 될 경우 빌려준 돈을 못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미연에 방지하는 탁월한 선택이다.

은행들은 이런 사실을 소비자에게는 굳이 알릴 필요 없다. “신용등급 좋지 않다”, “대출금이 많다”, “현금서비스 사용액이 있다” 등 다양한 핑계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소비자도 은행의 대출 심사 체계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런 핑계를 사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상한 건 20년 이상 한 은행만 고집한 주거래 고객이 대출을 신청할 때도 은행의 대출 심사 관행은 달라지지 않는다. 예컨대 계열사인 카드사의 카드론, 현금서비스를 받으라는 달콤한 유혹에 끌려 카드 대출을 받았다간 은행에선 더 이상 대출을 받을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대출 심사 체계가 그러해서다. ‘기존 거래 관행, 신용도, 직업의 안정성’ 이런 것은 은행의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대출 심사 체계 앞에선 무용지물인 셈이다.

이런 대출 심사 체계로 인해 대출을 거절당한 소비자들은 최근 제 2금융권인 저축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저축은행도 신용도가 그렇게 나쁘지 않으면서 고금리로 돈을 빌리려는 사람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79개 저축은행 1분기 실적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3월말 기준 국내 저축은행의 대출금 규모는 37조6405억원에 달한다. 3개월 전보다 약 2조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2326억원으로 1년 같은 기간보다 983억 늘었다. 지난 2011년 대규모 영업정지 사태를 겪었던 저축은행에 다시 봄이 찾아온 겪이다. 모두 은행의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대출 심사 체계에 덕택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저축은행의 경쟁자가 생겼다. SC제일, 씨티 등 외국계 은행들이다. 이들은 ‘1.5금융’이라는 비난을 들으면서 은행보다는 높고 저축은행보다는 낮은 10% 내외의 금리로 신용 대출을 해주고 있다. 이들은 전단지를 들고 지하철 역 앞에서 아침마다 소비자 유치에 여념 없다. 대출 심사도 대형 은행보다 까다롭지 않다.

국내 은행들도 외국계의 활발한 영업 활동에 최근 긴장한 것처럼 보인다. 부랴부랴 중금리 대출시장에 뛰어들겠다고 난리다. 하지만 실상은 경쟁자보다는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부르짖는 정부의 입김이 더 무서운 눈치다. 고도화되고 합리적인 대출 심사 체계를 갖춘 은행은 가만히 있어도 수 조원을 버는데 정부에 떠밀려 중금리를 들고 서민들을 챙겨야 하니 죽을 맛일 것이다.

누구 때문이든 이왕 해야 하는 것이라면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따뜻한 금융, 국민의 평생파트너’ 이런 달콤한 말보다 권위를 내려놓고 좀 더 소비자에게 가깝게 다가가는 ‘관계형 금융의 자세’를 은행에 기대해 본다. ktae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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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구 기자 기자
ktae9@kmib.co.kr
김태구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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