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태구] 금융사기 전과 있어도 가능한 대출모집·중개

[기자수첩/김태구] 금융사기 전과 있어도 가능한 대출모집·중개

기사승인 2016-06-09 23:23:55

[쿠키뉴스=김태구 기자] 금융선진국인 영국에서는 은행에 다니거나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지 않더라도 매장 직원(캐시어) 등 돈을 만지는 사람이면 전과기록을 조회할 수 있다. 금융과 관련된 사고를 미리 방지하려는 조치다.

하지만 금융선진국이라고 주장하는 우리나라는 이와 정반대다. 금융 관련 사기 전과가 있어도 금융업협회가 주관하는 간단한 자격시험과 12시간 이상의 교육(사이버 교육도 가능)만 이수하면 대출모집인(법인), 대부중개인으로 등록해 활동할 수 있다. 은행, 저축은행, 캐피탈, 대부업체 등과 위탁 계약을 맺고 영업활동을 벌이는 사람들이 이에 해당한다.

대출모집인제도 모범규준에는 “금융관련 법률 위반 등으로 인해 대출상담사의 업무 수행이 부적절하다고 인정되는 자는 등록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문제는 이것이 지켜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모범규준은 행정처분과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지도이기 때문이다. 이를 지키지 않더라도 제재할 근거가 없는 셈이다. 또 이들에 대한 일차적 관리·감독 책임을 진 위탁 계약 금융사는 인력과 비용 등의 이유로 철저하게 관리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런 법적·제도적 공백을 틈타 온갖 편법과 불법 일삼는 대출모집인, 대부중개인들이 판을 치고 있다. 이들은 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사람에게 서류를 조작해 주거나 개인회생, 파산 신청을 하면 채무를 탕감받을 수 있다며 돈을 빌리도록 유혹한다. 일명 작업대출이다.

이런 작업대출이 성행하는 이유는 불법에 대한 처벌보다 이익을 크기 얻기 때문이다. 작업대출하면 금융사로부터 모집수수료와 대출의뢰인으로부터 20~30%의 대출수수료(작업비)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발되더라도 1000만원 정도의 벌금을 내거나 집행유예 처분만 받으면 그만이다. 특히 벌금을 부과받은 경우에는 등록 취소 없이 바로 업무를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작업대출에 걸린 소비자는 부가가치세, 소득세 등 막대한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만약 5000만원을 빌리기 위해 세금계산서나 매출전표를 허위 조작해 매출을 2억 가까이 늘렸다면, 추가 납부해햐 하는 세금이 2000만원인 것이다. 이 경우 작업대출의 덫에 걸린 사람은 4000만원을 쓰고 7000만원을 갚아야 하는 셈이다. 신용불량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사실은 금융사뿐 아니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관련 기관에서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상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한다. “불법을 저지른 모집법인이 바지사장을 세워 새 법인으로 등록하면 도리가 없지 않느냐”,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범죄 사실을 조회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과거 전과 기록을 이유로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면 안 된다” 등 이유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런 사회를 제대로 된 공정한 사회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가계 부채 대책, 저신용자 구제 등의 구호를 외치기 전에 현재 갖춰진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 다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ktae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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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구 기자 기자
ktae9@kmib.co.kr
김태구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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