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성의 커피소통③] 커피농부의 손맛

[최우성의 커피소통③] 커피농부의 손맛

기사승인 2016-06-16 09:24:21

과거에 커피산지에 가면 막상 제대로 된 카페가 없어서 커피를 마시기 힘들었다는 경험담이 있었다. 하지만 근래에 그런 곳에도 카페들이 들어서고 고가의 로스팅기계들을 구입하여 직접 커피를 볶아서 판매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필자가 2014년에 인도네시아 아체지역을 방문했을 때 중국제 대형로스터를 구입해서 산더미만큼 커피원두를 볶아서 판매하는 카페를 방문했던 일이 있다. 

그곳에 있는 중국제 로스터의 가격을 물어보았더니 원화로 2500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인도네시아의 물가기준으로 볼 때 이는 정말 엄청나게 비싼 비용을 지불한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구입하는 이유는 커피생두만 파는 것보다 직접 볶아서 원두를 상품화해 판매하는 편이 훨씬 많은 이익이 생긴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커피산지에서 마시는 최고의 커피는 농장의 가정집에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볶아 내려주는 커피다. 신선도야 물론이고 농부의 손맛은 덤이다. 커피농장의 농부는 로스팅 과정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변화와 화학기호들은 몰라도 경험적으로 어떻게 볶아야 맛있게 볶아지는지를 잘 알고 있다.

커피나무가 울타리처럼 둘러싸고 있는 곳에서 신선한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대단한 호사(豪奢)가 아니겠는가? 농부가 커피를 볶기 위해서 사용하는 로스터는 어느 가정에나 있는 프라이팬과 나무막대기다.

갓 볶은 커피의 신선함을 느끼고 싶다면 지금 당장 신선한 생두를 구입해서 프라이팬에 100g 이내로 넣고 볶아보기를 권한다. 나무주걱으로 타지 않게 볶아주는 것이 요령이다.  잘 볶지 못해도 좀 어떤가? 커피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면…

글=최우성(인덕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 본부장, 웨슬리커피 LAB 원장)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이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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