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이어 공기청정기... 생활가전 잇달아 '화학 테러' 주범

가습기 이어 공기청정기... 생활가전 잇달아 '화학 테러' 주범

기사승인 2016-06-16 18:22:48

가습기 살균제가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지 얼마 되지 않아 공기청정기까지 독성 물질이 포함된 필터를 쓴다는 이야기가 알려지자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심해지고 있다.

16일 한 매체에 의해 많이 팔리는 5개 공기청정기 필터를 분석한 결과 2개 회사 필터에서 옥타이리소씨아콜론(OIT)가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W사의 경우 2066ppm, C사의 경우 2095ppm으로 기록됐다. 차량 공기필터에서 검출된 양보다 많게는 13배나 많이 나왔다.

이중 한 업체인 C사와 W사는 쿠쿠전자와 대유위니아로 나타났다. 쿠쿠전자와 대유위니아는 3M사로부터 납품을 받아 항바이러스 강화를 위해 이 유해물질이 함유된 필터를 제공하고 있다고 인정했지만 이 물질이 코팅되어 고체화돼 있기 때문에 함유량이 낮은 수준이라고 항변했다.

쿠쿠전자 관계자는 "이 물질이 필터에 코딩되어 고체화돼 있기 때문에 공기 중으로 방출되기 어렵고, 함유량이 환경부 허용 기준 1%의 10분의 1인 0.11%이기 때문에 유해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US-EPA(미국환경보호청)의 CMIT, MIT 기준치 대비해서도 훨씬 낮은 수치"라며 "OIT 존재 유무만을 확인하는 시험결과에 동의할 수 없으며 그 시험 주체에 법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임종한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함량은 상당한 것으로 이미 분석됐으며 극소량이라도 나오게 되면 밀폐된 공간에 있을 때 흡입독성이 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서울 목동에 사는 주부 김영숙(46)씨는 "생활가전 제품에서 이 같은 문제들이 많이 생기자 집안에서 쓰는 모든 제품에 의심이 간다"며 "조금 불편하더라도 쓰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 신림동에 사는 주부 김옥진(52)씨도 "피부에 직접 와 닿는 제품이나 호흡기에 영향을 주는 제품의 경우 일일이 따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너무 무섭고 소름끼친다"며 "가습기 살균제 같은 경우도 평범한 사람들이 상품을 사서 피해를 봤지만 아무도 책임지고 있지 않으니 나부터 꼼꼼히 살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미 화학 테러 가능성으로 인해 향수나 디퓨저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많아지는 가운데 다른 생활가전이 괜찮은지도 알아보는 이들이 많아졌다.

예를 들어 청소기에서 먼지를 방출하는 부분에 있는 필터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세탁기에서 옷의 얼룩을 지우는 세제나 섬유유연제가 과연 다 씻겨져 나오는지, 프라이팬이나 밥솥 같은 제품에서 유해한 물질로 코팅되어 있지 않은지 등 매우 사소한 부분까지 소비자들의 의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환경부가 이미 유독물질로 지정한 물질을 기업들이 안전성 실험도 제대로 하지 않고 집어넣어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이 같은 의심은 지워지지 않고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인 김호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생활용품 화학물질에 의한 국내 최악의 참사”라며 "사건 재발을 막으려면 보건 당국의 화학물질 안전성 관리, 기업의 윤리의식, 의학계의 자성 및 시민의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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