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4~7등급 중신용자를 위한 정책금융상품 ‘사잇돌 중금리 대출’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가 첫날부터 현장에서 흘러나왔다.
국민, 기업, 농협, 수협, 신한, 우리, 전북, 제주, KEB하나 등 9개 시중은행이 공동으로 5일 SGI서울보증보험과 연계해 ‘사잇돌 중금리 대출’을 출시했다.
사잇돌 대출은 출시 전부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기에는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지만 새희망홀씨 등 은행권 정책서민금융상품 대상에서 제외된 4~7등급 중신용자를 위한 은행 상품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관심과 달리 ‘사잇돌 중금리 대출’ 출시 기념행사가 열리는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은 썰렁했다. 아침부터 폭우가 내린 탓에 은행을 찾는 고객도 거의 없었다.
이날 아침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거센 비를 뚫고 기념행사를 위해 우리은행을 찾았다. 우리은행 직원들은 정 부위원장을 조용히 맞았다. 지날달 23일 ‘예금보험관계 설명·확인 제도’ 시연 행사를 찾은 임종룡 위원장에게 열렬한 환호를 보냈던 것과 비교하면 의하할 정도로 차분했다.
정 부원장은 마이크를 들고 사잇돌 대출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으며 함께 참여한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강병세 SGI서울보증 전무이사에게 한마디씩 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이광구 행장은 “우리은행의 기존 중금리 대출은 1000만원이고 이것은 2000만원이다. 우리는 기간이 1년이고, 사잇돌 대출은 3년 장기적이라는 점이 특징”이라며 기존 우리은행의 위비모바일대출과 비교하는 것으로 말을 꺼냈다.
그러더니 “전반적으로 서민형 가계대출로서 역할을 충분히 다해줄 것으로 예상되고 금융 불편사항을 개선하는 금융위의 의지가 굉장히 획기적”이라며 금융위를 한껏 치켜세웠다.
행사는 우리은행이 섭외한 고객이 1호 대출을 신청하면서 무사히 마치는 것처럼 보였다. 중소기업에 다닌다는 이 고객은 연 7% 금리로 은행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보였다.
하지만 행사 후 사뭇 다른 상황이 연출됐다.
우선 금리에 만족한다던 고객은 현재 신용도로 연 5%의 마이너스대출(신용한도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창고직원의 말을 전해 듣자 이내 표정이 굳었다.
또 행사 공간을 내준 우리은행 본점 지점장은 “(사잇돌 대출과 같은) 정책금융상품은 실적 평가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실적 압박을 걱정했다. 실제 금융위는 외부 신용평가(CB)사 기준 신용 4등급 이하 중·저 신용자에 대한 사잇돌 대출 실적을 서민금융평가에 반영키로 했다. 은행을 압박하겠다는 소리다.
또 강병세 서울보증 전무이사는 “휴대폰 연체가 있으면 대출이 안 될 수 있다”며 7등급 저신용자의 대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보증에 연체기록이 남아있는 7등급은 보증보험을 발급 받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한편 사잇돌 대출은 서울보증보험㈜의 보험증권을 담보를 바탕으로 시중은행에서 제공하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이름처럼 고금리와 저금리로 양분된 대출 시장에서 중 신용자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금리는 은행마다 조금씩 차이나지만 연 5~10%수준이다. 대출기간은 최장 5년(60개월)이며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