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커피공화국이라고 할 정도로 어딜 가나 커피가 준비되어 있다. 도시든 농촌이든 그 어느 곳이든 집집마다 믹스커피가 준비되어 있어서 커피 한잔이 생각날 때 언제든지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도시에는 커피전문점이 몇 집 걸러서 자꾸만 생겨나고 있다. 사람들은 커피의 마력에 빠진 것처럼 커피를 즐기고 있다. 이는 사람들이 커피의 맛을 알기 때문이라기보다,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커피가 문화이기 때문에 유행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요즘 대세인 콜드부루 커피도 한 때 유행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커피를 유행 따라 즐기는 것도 좋지만, 커피를 나 자신의 문화로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그렇다면 집에서 즐기는 커피 DIY(Do it yourself)를 추천한다.
먼저 ‘나’만의 에스프레소 커피를 만들어 보자. 에스프레소 커피는 아메리카노나 카푸치노 등을 만들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다. 이태리어로 에스프레소(Espresso)란 빠르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커피의 원액을 25~30초 안에 추출해 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에스프레소 머신에서는 미세하게 분쇄된 커피가루에 약 9기압의 압력을 가해서 섭씨 95도씨의 뜨거운 물로 추출한다. 이렇게 추출된 커피는 황금색 크레마(Crema)가 덮여있는 향기로운 에스프레소가 된다.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모를까 가정에서 에스프레소 커피를 추출하기 위해서 고가의 커피머신을 구입할 필요는 없다. 시중에서 4~5만원 하는 모카포트를 구입해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방식도 있지만 이는 생각보다 번거롭다. 2~30만원 하는 보급형 에스프레소 머신을 구입해도 그 성능이 생각보다 신통하지 않다. 간편하게 에스프레소 커피를 만드는 방법으로 캡슐커피머신이 있지만 개당 캡슐의 가격이 비싸고 유통기간이 짧아 최근에는 인기가 시들하다.
가정에서 쉽고 저렴하게 에스프레소 커피를 추출하는 방법으로 주사기 에스프레소를 소개한다. 먼저 의료기 상사를 찾아가서 관장용 50ml 주사기를 구입한다. 개당 가격이 700원 정도로 저렴하다. 주사기는 멸균상태이기 때문에 소독이 따로 필요 없다. 집으로 돌아와서 뜨거운 물을 끓여서 드립용 주전자에 넣어서 약간 식힌다.
물이 끓는 사이에 커피가루를 가늘게 분쇄해 놓는다. 너무 가늘면 커피를 추출하기에 힘이 들기 때문에 핸드드립용 커피보다 약간 가늘게 갈아놓는 것이 팁이다. 관장용 주사기의 피스톤부분을 빼고 몸통부분에 핸드드립용 종이필터를 앞쪽부분이 가려질 정도로 구겨서 넣고 피스톤으로 밀어서 막아준다.
여기까지 되었으면 주사기 몸통부분을 세워서 커피가루를 넣고(약 10g) 피스톤을 밀어서 약하게 다져준다. 추출될 커피를 받을 잔을 미리 준비해 놓고 주사기 몸통을 세워서 드립주전자의 뜨거운 물(약 25ml)을 주사기 몸통 속에 있는 커피가루에 부어준다. 이때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지 않게 주의한다. 다 되었으면 피스톤을 끼우고 앞으로 밀어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한다. 주사기 에스프레소 커피 완성이다. 이 커피의 특징은 추출 기구는 가격이 저렴하지만 맛은 결코 저렴하지 않다는 것이다.
글=최우성(인덕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 본부장, 웨슬리커피 LAB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