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5000만원의 직장인이라면 4대 보험료 외에도 연간 약 300만원(지방세 포함) 세금을 원천징수 당한다. 연말정산을 통해 세금 확정액이 이보다 작을 경우 차익 부분을 환급받을 수 있다. 예컨대 세금 확정액이 200만원이라면 100만원을 돌려받는다. 연말정산이 ‘13월의 월급’으로 불렸던 이유다.
하지만 정부의 세제 정책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꾸면서 일부 근로자들이 100만원이 넘는 세금을 추가로 납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제 연말정산은 연말 보너스가 아닌 ‘13월의 악몽’으로 변했다. 이제 카드 및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하고 현금 영수증을 충실이 받아도 예전보다 세금 공제혜택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개인형 퇴직연금(IRP)과 개인연금 등이 세금을 돌려받은 새로운 수단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근로자의 퇴직금을 자신의 명의의 퇴직 계좌에 적립해 연금 등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돕는 제도다. 회사가 제공하는 퇴직금 외에도 추가 납입도 가능하다.
개인연금은 최근 노령 인구의 급속한 증가에 따라 국민연금, 기업 퇴직금 등 공적연금제로 보장할 수 없는 부족을 채우기 위해 도입된 사적 소득보장제도다. 은행(농협 포함), 보험사, 증권사 등 금융회사에서 판매하는 저축성 연금보험·신탁· 펀드와 같은 상품이 이에 해당한다.
정부는 최근 사적연금제도를 육성하는 차원에서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에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세액공제 대상 납입금 한도는 개인연금이 연간 400만원, 퇴직연금이 300만원으로 최대 700만원이다. 개인연금에 가입하지 않고 퇴직연금에 추가 납입한 경우 최대 700만원까지 세액공제 대상이다.
세액 공제율은 연소득 5500만원 이하의 근로자에 대해 연간 납입금의 16.5%(지방세 포함)다. 이 금액을 초과하는 근로자는 개인연금 및 퇴직연금 납입액의 13.2%(지방세 포함)를 돌려받을 수 있다.
연봉 5000만원을 받는 근로자가 연간 400만원의 개인연금을 납부하고, 300만원을 퇴직연금에 추가 적립했다면 원천징수액 가운데 최대 115만5000원(개인연금 66만원, 퇴직연금 49만5000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 매월 60만원 정도 연금 저축을 넣으면 연간 100만원 넘게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다.
다만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해지하면 소득공제나 세액공제를 받은 금액을 뱉어내야 한다. 또 연금 운용으로 수익이 발생했을 경우 이익금의 16,5%를 기타소득세로 납부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계약 해지로 인한 세금환급금 반납이 부담스럽다면 비과세 저축성연금보험에 가입할 수도 있다. 이 경우 10년 이상 계약을 유지하면 이자 소득세(16.5%)가 면제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소득공제가 축소되고 세액공제가 늘어나면서 연금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지만 소득수준이나 계획 없이 무턱되고 가입했다가는 한꺼번에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며 “세액혜택, 비과세 등 다양한 세제혜택을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금융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는 14일부터 개인형 퇴직연금(IRP)과 개인연금 간 자금을 이체할 때 기타소득세을 내지 않토록 소득세법시행령과 관련 제도를 개선했다. 지금까지는 계좌간 자금 이체할 경우 계약 해지로 간주돼 세금환급금 반환이나 기타소득세 등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제도 개편에 따라 이같은 추가 비용 부담없이 연금 상품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적용대상은 55세 이상이면서 연금에 가입한지 5년 경과한 계약에 한한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