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GO(포켓몬 GO)’ 열풍이 한국을 강타했습니다. 국내에서 정식 발매가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포켓몬 GO가 강원도 일부지역과 백령도, 울릉도 등에서 정상적인 플레이 가능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마니아들의 관심은 급속도로 올라갔습니다.
이 게임은 국내에 정식 서비스가 되지 않음에도 100만 명이 설치했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국내 공식 앱 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할 수 없는 탓에 직접 설치 프로그램을 구해 스마트폰에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사람들은 그 불편함을 즐겨 마지않았습니다.
사실 포켓몬 GO에 혁신이라 할 만한 대단한 기술력이 도입된 건 아닙니다. GPS를 활용해 그 곳이 물인지, 사막인지, 바다인지 정도를 인식하고, 그 속성에 맞는 몬스터가 출현하는 정도입니다. 이러한 기술은 앞서 구글 포토(google Photos) 등의 크라우드 컴퓨팅에서도 흔하게 사용하던 것입니다. 단지 이 기술이 게임으로 영역을 확장했을 뿐이죠.
그렇다고 포켓몬 GO의 게임성이 특출난 것도 아닙니다. 몬스터를 발견하고, 포획하고, 성장시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캐릭터를 휴대하며 성장시키는 방식은 이미 20여년 전 다마고치에서 시도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 게임에 열광하는 걸까요? 현대경제연구원은 ‘포켓몬 GO 열풍에 발견되는 다섯 가지 경제적 함의’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증강현실 기술은 이미 어느 정도 기술적 토대가 마련되어 있으며, 관련 제품과 서비스도 시장에 나와있는 시장”이라면서 “포켓몬 GO는 기존의 기술에 아이디어를 입혀 전혀 새로운 소비자 경험을 제공했다. 이는 애플의 아이폰과 비슷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러한 고양된 의견과 달리, 실제로 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단지 포켓몬이라 떴다”는 품평을 내놓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 중이던 포켓몬스터의 지적재산(Intellectual Property)이 게이머들을 매료시켰다는 겁니다. ‘포켓몬 가능 지역’으로 방문자수가 급증한 강원도 속초에서 만난 한 게이머는 “포켓몬스터라면 일단 시작하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라고 고백했습니다.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인 인벤(INVEN)의 한 유저는 “증강현실(AR)이라 떴다고? 우습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이 기술이 생소하겠지만, 옛날부터 있던 기술이다. 그냥 포켓몬이라 뜬 거”라고 평가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포켓몬 GO가 열풍이 된 이유가 ‘모방심리’에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게임 커뮤니티의 한 유저는 “원래부터 미국에는 포켓몬스터 덕후(몰두하는 사람)가 많았고, 이번 AR을 문화혁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한국은? 그저 미국에서 인기가 많다니깐 뭔가 있어 보여서 따라하는 거다”고 꼬집었습니다.
게임개발자 K씨는 “게임을 4대 중독에 껴 넣는 우리나라의 인식수준에 근거할 때 포켓몬 GO와 같은 잠재력 있는 게임산업 개발이 국내에서 나올 수 없다”면서 “포켓몬 GO가 이슈화되고 벌써부터 게임중독과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언론을 타고 있다. 가습기 사태로 몇 백 명의 아이들이 죽어갈 때는 쉬쉬하더니, 게임에 대해서는 조금만 이슈가 돼도 아니꼬운 눈초리가 쏟아진다. 참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포켓몬 GO 열풍은 게임의 문화-산업적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극히 제한된 플레이 여건으로 국내 인기의 지속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어떻든 게임에 대한 인식이 재고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