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세원 제주지방기상청장

[인터뷰] 김세원 제주지방기상청장

기사승인 2016-07-21 11:30:03


“겨울 제주도는 원래 이런가요? 제주도 날씨 정말 요상하더군요. 잠잠할 줄 모르는 강풍은 기본이고, 30분 사이에 비바람, 눈바람, 햇빛이 변화무쌍하게 변하는데, 정말 기가 차더군요. 비바람이 날리다가, 눈바람으로 변해서 눈이 쌓이지 않을까 걱정할라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햇빛이 들고, 안심할라치면 다시 비바람과 눈바람…”

 지난겨울 제주도를 다녀간 한 관광객이 자신의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의 일부다. 제주도의 변화무쌍한 날씨를 나름대로 표현한 것이다. 이러다보니 제주지방기상청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늘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또 있다. 제주도는 여러 기상현상을 연구할 수 있는 최적지다. 우리나라 최남단 최대의 섬인 제주도는 아열대와 온대의 경계선상에 있으면서 한라산을 중심으로 각양각색의 기상 상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제주지방기상청은 여느 기상청과 달리 일거리가 많다.

 그래서 지난 5월 제10대 제주지방기상청 수장으로 취임한 김세원 청장(55)은 앞일에 대한 기대감과 긴장감을 동시에 갖고 있다. 지난 14일 제주시 건입동 제주기상청 청장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 청장은 “정확한 기상정보를 제공해 도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함은 물론 농업, 어업, 관광산업 등 제주도의 경제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북 부안 출신인 김 청장은 연세대 천문기상학과, 동 대학 대기과학과 석사과정을 밟은 뒤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 정책연구과장, 관측기반국 기상기술과장, 기획조정관실 국제협력담당관, 기후과학국 기후변화감시과장 등을 역임했다.

 다음은 김 청장과의 일문일답.


 -제주도가 기상분야에서 가지고 있는 위치는 어떠한가.

 △제주도는 국토 최남단이기도 하지만, 아열대와 온대의 경계에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구 온난화로 전 지구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내외에서 제주를 예의주시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과거 나타나지 않았던 이상기온 현상을 비롯해 폭우, 대설 등이 매년 기록을 갱신 중이다. 

 이 때문에 제주가 모든 기상현상을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사면이 바다라서 해안지역의 기상현상을 측정하는데 용이하다. 또 동서남북의 기상상황이 각각 다르다. 제주가 기상시험장이므로 제주를 연구하면 이상기온 현상 등을 파악하는데 유리한 여건을 가질 수 있다. 제대로 된 연구를 한다면 가장 모범적인 케이스로 남을 것으로 생각한다.

 

 -기상청에 근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국제기구인 제네바 세계기상기구에 파견돼 5년간 근무한 적이 있다. 국제무대에서 기상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고 해외 인적 네트워크 형성 등 자산을 가질 수 있는 기회였다.

 대학교에서 기상학을 전공한 후 1988년 기상청에 입사했다. 초창기만 해도 기상청에는 전공자들이 많이 없었다. 현재는 거의 100% 기상학 전공자들이다. 기상 분야의 전문지식을 쌓은 인력들이 지방에서만 오래 근무하다보니 점차 도태되거나 나태해지는 경우를 보게 돼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지방의 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본부의 경험 있는 인력들이 근무지를 바꿔서 직원들이 초심을 잃지 않도록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다. 각 지역에서 여러 경험을 한 인력이 모여 근무할 수 있다면 기상청으로서는 큰 도움이다.



 -제주기상청장으로서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근무지는 항상 즐거워야 하고 소풍가는 마음으로 가슴 두근거리며 출근해야 한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하고 싶어 하는 곳이 됐으면 한다. 취임하면서 직원들에게 “청장실은 항상 열려 있으니 힘들 때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말했다. 형님이나 친구 같은 리더십을 통해 제주기상청을 이끌려고 한다.

 한편으로는 직원 스스로 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어학 등은 소홀히 하면 안 된다. 길은 언제든지 열려 있다. 준비만 돼 있다면 꿈을 펼칠 수 있다. 청장으로 임명된 이후 기상청 안에서 영어 스터디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과 함께 영문소설을 읽으면서 자유롭게 대화하고 있다.

 

 -국제 기상기구와의 교류는 어떻게 진행하나.

 △기상은 전 세계가 연결되는 분야다. 선진국만 잘 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기상현상이 우리나라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기상은 지구를 내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아프리카에서 관측되는 자료가 엉망이면 우리나라에서도 예보를 낼 수 없다. 제대로 된 정보가 여러 국가에서부터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골고루 상생하도록 하는 것이 국제기구의 역할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 중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기상분야에서 개도국을 도우는 역할이 그것이다. 과거 원조국이었던 우리나라가 현재는 지원국으로 바뀐 것처럼 기상도 그 중의 하나다.

 최근에는 동남아 등 개도국에 기상교육과 장비를 제공하고 기술도 전수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지닌 기상역량은 세계 193개국 중 13번째로 높다.

 

 -미세먼지 문제는 청정 자연을 관광자원으로 삼는 제주에서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제주기상청에서는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나.

 △제주는 미세먼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오염문제는 중국 상하이, 허베이성 등이 심각한데 이는 결국 국가간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다. 기상청에서는 환경부와 합동으로 미세먼지 예보를 실시하고 있다.

 문제는 지구온난화가 전 지구의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기록들이 깨지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이 때문에 기상청에서는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영향예보를 시범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종전에는 현상만 예보를 했었다. 비가 몇 ㎜ 올 것인지만 예보했지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선 예보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영향예보가 실시된다면, 경험하지 못했던 날씨 등이 지형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 세부적으로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정부 정책결정 과정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제주도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제주기상청이 하는 역할은 안전한 제주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제주가 관광도시로 발전하고 있고 관광객들도 연 1000만 명이 넘고 있다. 이들 관광객이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고 여행계획을 잡는다면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에는 국민친화적 기상콘텐츠 개발을 위해 노력 중에 있다. 이것이 실현된다면 기상 관련 산업도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말한 영향예보의 기반이 조성되면 오는 2020년 서비스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많은 연구와 기술축적이 필요한 만큼, 충분히 준비하고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도민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유경표 기자 scoop@kukinews.com

정수익, 유경표 기자
scoop@kukinews.com
정수익, 유경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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