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성 논란’에 휩싸인 자동차 메탄올 워셔액과 관련해 대형 자동차할부 금융사의 책임이 도마 위에 올랐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리스·렌트 업체들은 메탄올 워셔액이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제조업체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인도받은 자동차에 대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리스료만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소비자가 다른 제품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메탄올 워셔액의 유해성을 알리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가 제기 된 자동차 리스(임대)는 자동차판매사로부터 금융사가 자동차를 취득해 고객에게 일정 기간 이상을 사용하게 하고 그 대가를 정기적으로 나누어 받는 여신전문금융업법상의 시설대여 행위를 말한다.
자동차 리스 표준 약관에는 금융사가 자동차 하자를 알았을 경우 그 사유가 해소되는 시점까지 고객에게 리스료를 청구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리스·렌트 업체가 소비자에게 메탄올 워셔액의 위험성을 알리지 않고 리스료만 챙긴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업체 관계자는 “이번 건은 디폴트(결함) 조건이기는 하지만 새롭게 제기된 사항이라 약간 특이한 사례”라며 “중개자이므로 제조사에 이래라저래라 요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리스 상품의 경우 고객들이 요구하는 옵션들이 반영되기 때문에 고객이 요청할 경우에만 (메탄올 워셔액 교체가) 반영된다”며 “지금까지는 교체를 요청한 고객은 없었기 때문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어 근본적으론 “제조사의 정책변경에 가미돼서 우리도 변경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자동차 제조사에서 신차에 대해 메탄올 워셔액 주입을 중단하지 않는 한 소비자에게 독극물이 들어있는 차량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출을 받아 구입한 새 아파트에 하자가 있을 경우 책임은 금융사가 지는 것이 아니라 건설사에 있다”며 자동차 리스를 주택담보대출에 비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자동차를 리스해 사용하고 있는 A모씨(서울·40세)는 “리스사와 장기렌터카 회사들이 아무런 대응이 없이 소비자 홀대하고 있다”며 “메탄올 워셔액이 유해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고 제조업체를 상대로 교체를 요구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메탄올 워셔액은 눈에 들어갈 경우 실명을 유발할 수 있으며 실수로 흡입할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 또 자동차 외부 공기 순환구를 타고 차내로 메탄올 성분이 들어올 경우 호흡기나 피부를 통해 흡수될 수도 있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