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기자의 호시탐탐] “호갱이 돼도 좋아?” 무시당하고 차별받는 똑순이 한국소비자들

[봉기자의 호시탐탐] “호갱이 돼도 좋아?” 무시당하고 차별받는 똑순이 한국소비자들

기사승인 2016-07-30 10:30:35

김민희 아나운서▷ 쿠키뉴스 조규봉 기자와 함께 하는 시간이죠. 봉기자의 호시탐탐 시작합니다. 봉기자, 주제 알려주시죠.
 
조규봉 기자▶ 다국적 기업들이 우리나라 소비자들을 호구 고객, 이른바 호갱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옥시, 폭스바겐 그리고 전 세계에서 42조원을 벌어들이는 글로벌 기업 이케아가 그 주인공인데요. 폭스바겐은 미국에는 16조 원을 배상하기로 하고, 우리나라에는 100억 원의 사회 조성 기금만 주겠다고 하고요.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 논란이 된 이케아는 북미 지역에서는 어린이 사망 사고 이후 판매를 중단한 제품을 한국에서는 계속 팔겠답니다. 그야말로 한국 소비자들은 안중에도 없는 건데요. 이 기업들은 대체 우리나라 소비자들을 왜 이렇게 무시하는 건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봉기자, 최근 들어 크게 논란이 되고 있지만, 이케아는 우리나라에 진출한 후 엄청난 성공을 이룬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 성적표. 어땠나요?

조규봉 기자▶ 이케아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1년간의 성적표는 꽤 성공적이었습니다. 2014년 12월 경기도 광명에 국내 1호점을 오픈하고 연간 308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요. 1년간 매장을 다녀간 방문객 수도 670만 명에 달합니다. 이케아가 광명에 들어선 이후 지역 상권도 이케아 효과를 누렸고요. 요즘에도 주말이면 이케아를 방문하기 위한 차량으로 매장 일대가 교통 대란을 겪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맞아요. 주말이면 광명 일대가 교통 대란을 겪고 있는데요. 봉기자, 이케아가 그렇게 인기를 끈 이유가 있었을 텐데요?

조규봉 기자▶ 일단 무엇보다도 국내 가구 업체보다 저렴한 가격이 관심을 모았죠. 국내 가구는 사실 비싸잖아요. 그래서 이케아는 낮은 가격대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요. 또 북유럽 스타일의 디자인이 국내 소비자들을 끌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하지만 사실 이케아는 한국 시장 진출 이전부터 잡음을 내었는데요. 그야말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죠.

조규봉 기자▶ 그렇습니다. 일본해 병기 지도, 제품 가격 논란 등을 시작으로 해서요. 지역 상생, 시급 논란, 리콜, 성차별 논란 등이 제기됐는데요. 먼저 터진 건 일본해 표기 논란이었습니다. 이케아는 해외 매장에서 판매 중인 장식용 벽걸이 상품의 세계 지도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했고요. 모바일 홈페이지에도 매장 위치 찾기 서비스에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돼 있었거든요.

김민희 아나운서▷ 가격 논란도 있었죠?

조규봉 기자▶ 네. 겉으로는 싸고 예쁜 실용적 가구라는 이미지를 내세웠지만요. 해외 홈페이지와 가격을 비교했을 때, 국내 가격이 더 비싼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었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이 쉽게 살 수 있는 소소한 생활 용품의 경우 외국보다 더 쌌는데요. 반면에 일부 대표 상품의 경우 더 높게 책정되었거든요. 그래서 더 문제가 되었죠.

김민희 아나운서▷ 저도 소비자지만, 이케아의 가격 큰 매력은 바로 가격이잖아요. 직접 조립을 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이케아를 찾는 건 바로 싸기 때문인데요. 같은 제품을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싸게 판다는 건, 좀 그렇네요. 우리나라 소비자들을 무시한 것 같아서요.

조규봉 기자▶ 그렇죠. 하지만 실제로 한국 소비자 연맹이 전 세계 공통으로 판매되는 이케아 총 49개 제품 가격을 비교한 결과를 보면요. 국내 평균 가격이 OECD 21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비쌌습니다. 국가별 평균 가격 0을 기준으로 했을 때, 스웨덴이 1.70점으로 가장 비쌌고요. 그 다음이 한국, 호주, 영국, 프랑스, 미국 순이었거든요.

김민희 아나운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건 바로 서랍장 사건이에요. 봉기자, 그 내용도 전해주세요.

조규봉 기자▶ 앞으로 넘어지면서 미국 어린이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케아의 말름 서랍장이 문제가 된 겁니다. 말름 서랍장은 벽 고정이 필요한 제품으로, 이를 위한 장치 및 조립설명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랍장이 설명서에 맞지 않게 조립되거나 벽에 고정되지 않을 경우에는요. 앞으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문제가 되었죠. 그 후 미국에서 2,900만 개, 캐나다에서 660만 개의 서랍장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했고요. 문제가 된 제품의 판매 자체를 중단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버젓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판매 중단은커녕 10만 개의 서랍장이 팔려나간 후, 원하는 고객에 한해 환불해 주기로 했을 뿐이고요. 그렇게 환불이 가능하다는 사실조차 소비자에게 제대로 통보하지 않았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왜 나라 별로 차별하나요? 국내에서 말름 서랍장을 리콜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조규봉 기자▶ 우선 이케아는 한국에서 말름 서랍장으로 인한 사고 사례를 1건도 전달받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그건 국내에서 리콜에 나서지 않을 수 있는 명분을 찾은 것이죠. 또 이케아는 서랍장을 고정할 수 있는 장치를 제공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사고 가능성이 낮다고 강조합니다. 또 리콜 사유도 제품 결함이 아니라고 하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서랍장 고정 장치를 제공해 준다는 게 이유가 되나요?

조규봉 기자▶ 서랍장을 벽에 고정하면 안전하다는 건데요. 저도 실제로 이케아 제품을 사서 조립해보고, 설치를 해봤지만요. 이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닙니다. 나사 하나 잘못 조이면 전체를 다 풀어야 되고요. 시간도 꽤 오래 걸리죠. 서랍장의 경우 특히 더 그런데요. 사실 시멘트벽에 서랍장을 고정시킨다는 자체가 어렵죠. 물론 국내에서는 같은 사례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말름 서랍장 사고의 공통점은 아이가 서랍장을 올라가다가 넘어지면서 발생했다는 건데요. 이 상황은 어느 국가 아이라도 만들 수 있는 위험한 상황입니다. 사고라는 건 눈 한 번 깜박할 사이에도 발생할 수 있는 거니까요. 특히 어린 아이들의 경우는 더 그렇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서랍장 자체가 하자가 없더라도 그 위험성은 생각해야 하지 않나 싶은데. 어떤가요?

조규봉 기자▶ 그렇죠. 사용 환경의 위험성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이 서랍장은 조립 후 벽 고정까지 마무리돼야 사실상 완성이잖아요. 거기서 문제는 가정마다 벽 고정을 하고 있는지 이케아가 확인할 수도, 또 강제할 수도 없다는 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아무리 벽에 고정해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미리 고지했다 하더라도 아이들이 그로 인해 목숨을 잃었고, 또 리콜과 판매 중단까지 했다면, 적어도 그건 전 세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케아. 매번 이런 식인가요?

조규봉 기자▶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고객 변심을 환불 사유로 인정하고 사고 가능성만으로 전 세계 매장 리콜에 나선 적이 있거든요. 일례로 이케아는 얼마 전 전세계에서 초콜릿 제품 2종을 리콜했습니다. 그 이유는 제품 성분을 모르고 먹은 일본인 1명이 알레르기를 일으켰기 때문인데요. 물론 그와 동일한 사례는 한국에서 없었지만요. 이케아는 리콜 대상 국가에 한국을 포함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소비자들이 이케아에 대해 많이 실망했을 것 같아요.
 
조규봉 기자▶ 단순히 실망이 아니라 분노가 차오르죠. 많은 네티즌들이 우리 한국 어린이는 죽어도 된다는 것이냐. 국내 기업이 소비자를 무시하니 외국 기업도 소비자를 무시하네.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판매를 하는 게 어딨느냐. 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선택했지만, 결국 불편함을 넘어서 분노가 된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이렇게 되면,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텐데요. 봉기자, 정부의 대처는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조규봉 기자▶ 정부의 대처는 한국 소비자원에서 시작됐는데요. 한국 소비자원은 이케아가 미국 캐나다 지역에서만 자발적 리콜을 실시한 사실을 확인하고요. 먼저 이케아 코리아에 북미와 동일한 시정 조치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소비자가 원하는 경우만 환불을 하겠다는 이케아의 답신을 받았고요. 미흡하다고 판단해서 통상산업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에 시정 건의를 했습니다. 그 후 이케아 코리아는 이미 판매한 제품에 대해 미국, 캐나다와 동일하게 환불해 주고 있고, 원하는 고객에게 벽 고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답했죠.

김민희 아나운서▷ 원하면 환불을 해줄 수도 있고, 또 벽 고정 서비스도 원하면 해줄 수 있지만, 판매를 중단하지는 않겠다는 거죠?

조규봉 기자▶ 그렇죠. 판매 중지는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북미에서는 판매 중지 결정을 내렸지만 한국에서는 소비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리콜을 해준다는 것이죠. 결국 해 볼테면 해봐라. 배째라는 식인 건데요. 결국 산업통상자원부가 이케아 코리아에 판매 중지나 리콜 계획을 내놓으라고 촉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결국 정부와 이케아 간의 힘겨루기 싸움이 진행 중인 거네요.

조규봉 기자▶ 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케아의 배째라 식 태도가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서 비롯됐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절대 해결될 수 없거든요. 또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이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그러게요. 이케아가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마름 서랍장의 국내 리콜 거부 사태와 같이 국내 소비자들을 호갱처럼 여기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가 아닐까 싶어요.

조규봉 기자▶ 그렇죠. 물론 개장 30여일 만에 100만 명, 개장 100일 만에 220만 명이 찾아올 정도의 충성도가 높은 고객층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책임 또한 절대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정부에서 제품 사고 및 안전성에 대한 손해 배상을 강화하는 등 법 제도를 강화해야 하고요.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해야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호시탐탐이었습니다.

조규봉 기자 ck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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