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신한은행, 국감 자료에 ‘전산사고’ 274건 고의 누락 의혹

[단독]신한은행, 국감 자료에 ‘전산사고’ 274건 고의 누락 의혹

금감원, 신한은행 허위 보고 인지했을 수도… 솜방망이 처벌 그쳐

기사승인 2016-07-31 22:40:02

신한은행이 최근 3년간 전산사고 발생현황에 대한 자료를 지난해 국정감사 때 국회에 허위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자료는 민병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금융감독원을 통해 요청한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금감원이 실시한 신한은행 업무 검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금감원은 허위 자료 제출 여부를 떠나 보고를 철저히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율처리’라는 경징계 조치를 내렸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성실 보고를 하는 금융사에 대한 역차별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신한은행에 대해 최근 3년간 ‘정보기술 부문 및 전자금융 사고보고 불철저’를 이유로 자율처리 조치했다. 자율처리는 은행에 자체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경징계로 신한은행의 보고 의무 위반에 고의성이 없다는 금감원의 판단을 의미한다.  

금감원 검사 결과, 신한은행은 지난 2012년 12월 1월부터 2015년 3월 31일까지 전산해킹 263건 가운데 72건(메모리 해킹 22건, 기타 해킹 50건)을 보고하지 않았다. 또한 정보처리시스템 또는 통신회선 등의 장애로 인터넷 및 모바일뱅킹 등 대고객서비스가 10분 이상 중단·지연된 사고 25건 중 17건도 보고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번 사안에 대해 일부 직원의 ‘부주의’로 판단하고 경징계 조치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신한은행에 내렸다. 

하지만 지난 국정감사 때 신한은행은 2012년부터 2015년 8월까지 단 14건의 전산사고가 발생했다고 금감원을 통해 민병두 의원실에 국감 자료를 제출했다. 이는 금감원 검사에서 드러난 288건 가운데 274건의 보고를 고의로 빠뜨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국감 당시 전산사고를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같은 기간 221건으로 보고한 우리은행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드러난 사실을 포함하면 300건에 가까운 전산사고가 발생한 신한은행이 단연 전산사고 1위 은행에 올라선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행보다 많은 문제가 있었기보다는 금감원에 보고를 너무 성실하게 잘했기 때문에 전산사고 최다 은행으로 지적받았다”며 “금감원 보고 기준을 해석하기에 따라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 다른 은행 같은 경우 고객 영향이 크고 귀책이 있는 경우에만 보고했고 우리는 더 보수적으로 사소한 사고까지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관계자는 “성실 보고를 하는 은행은 비판을 받고, 눈치 빠르게 대처하는 은행은 아무 일도 없이 넘어가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국감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경우는 한번도 들어 본적이 없다”며 “고의로 보고를 누락했을 가능성보다는 지난해 국감 자료를 제출할 때 은행 본인(신한은행)이 전산사고라고 판단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해명에도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이번 제재는 최근 3년간 288건의 전산 사고 가운데 신한은행이 보고하지 않은 87건에 관한 사항이다. 이미 보고된 201건에 대해선 금감원이 국감 당시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지적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국회 의원실에서 은행 감독권한을 가지고 있는 금감원을 통해서 국감자료를 요청한다. 요청한 자료를 현장에 가서 확인하지는 않는다”며 “최근 금감원이 현장에서 검사해 보니 많은 전산사고가 있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신한은행의 국감자료 고의 누락 제출 논란에 대해 민병두 의원실 관계자는 “허위자료를 국정감사에 제출하면 국회법상 처벌받게 된다”며 “고의적으로 누락을 시킨 건지, 업무담당자가 실수였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고의적으로 누락시켰다면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 등에 처벌 조항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국정감사와 이번 금감원 검사의 기준이 달랐을 수 있다”며 “지난해 국감 때 제출 자료에는 중요하지 않은 사항을 빼고 보고했을 수 있다”고 답했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김태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