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8일 시행될 ‘청탁금지법’으로 제주지역에도 1차 산업과 요식업 등을 위축시킬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의원들이 ‘국내산 농수축산물에 대한 적용대상 제외’, ‘금액기준 상향 재검토’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도의원들은 “농수산물에 대한 비현실적인 가격 설정은 모든 국민이 동의하는 정당성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며 “현실과의 괴리로 인해 실효성에 의문을 가진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11일 ‘농어민을 위한 청탁금지법 대책마련 촉구 결의안’을 발표했다.
이 결의안에서 도의원들은 제주가 1차 산업 비중이 육지부 평균보다 6배 이상 높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1차 산업의 어려움이 곧 제주경제의 문제로 직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의원들은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 금품수수를 금지해 국민들로부터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를 확보한다’는 청탁금지법의 기본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농수축산물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준 적용으로 농어민에게 피해가 집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제주지역에서 생산돼 공동전시·판매되는 농수산물과 가공식품들 중 219개 품목이 법에서 정한 기준금액을 초과하고 있다”면서 “이를 감안한다면 얼마나 비현실적인 기준인지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의원들은 세계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농가 고령화·경영비 상승, 농가부채 전국 1위 등의 악조건 속에서도 제주 농어민들이 고품질 생산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력에 분투해왔다는 점을 언급했다.
아울러 “청탁금지법 시행이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농민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며 “돌이킬 수 없는 국가정책의 모순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이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번 농수축경제위 결의안은 다음달 1일 개회하는 제345회 임시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부정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은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포함한 공직자가 3만원 이상의 식사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내도록 하고 있다. 또한 공무원 등은 선물로 5만원 이상의 물품을 받을 수 없다.
지난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으로 제안해 2013년 8월 국회에 제출됐고, 지난해 3월 국회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은 올해 5월 9일 시행령이 입법예고 돼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 소속 위원은 현우범 위원장(더불어민주당·남원읍)과 고태민 부위원장(새누리당·애월읍)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고용호(성산읍), 좌남수(한경면·추자면), 새누리당 이경용(서홍·대륜동), 현정화(대천·중문·예래동), 무소속 허창옥(대정읍) 위원 등 7명이다.
유경표 기자 sco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