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잇돌 대출 신청 5명 중 4명 ‘퇴자’… 이러고도 서민금융?

[단독] 사잇돌 대출 신청 5명 중 4명 ‘퇴자’… 이러고도 서민금융?

금융위 “은행 문턱 낮춰라”… 은행 “부실 막으려면 어쩔 수 없어”

기사승인 2016-08-28 21:02:32

[쿠키뉴스=김태구 기자] 사잇돌 중금리 대출 신청자 5명 가운데 1명만이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릴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청자 4명은 높은 은행 문턱에서 또다시 좌절해야 한다. 이는 사잇돌 대출을 통해 “서민에게 은행 문턱을 낮추겠다”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의도와는 상반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모습이다. 

29일 은행권 및 SGI서울보증보험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사잇돌 보중보험 승인건수는 1만8374건으로 신청자 3만4108명 가운데 53.9%가 서울보증보험의 대출(보증)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실제 대출을 받은 사람은 6684명에 불과했다. 전체 신청건수 대비 은행의 대출 승인율은 19.6%에 머물렀다. 

사잇돌 대출은 신용평가사(CB)등급과 별도로 서울보증보험이 구축한 ‘중신용자 전용 신용평가모형’에 따라 대출 여부가 결정되도록 만들어졌다. 따라서 전체 대출 승인율도 보증보험 심사 통과 건수를 기준으로 50%정도는 나와야 정상이다.

실제 승인율이 19.6%로 저조한 이유는 은행들이 보증보험 승인 이후 자체 신용평가모형(CSS)을 통한 재심사하는 이중 심사 과정을 거쳐서다. 서울보증보험의 대출 심사를 통과한 1만8374명 가운데 63.6%는 은행 심사에서 탈락했다. 보증보험 심사를 통과한 사람 3명 가운데 2명을 은행에서 거절했다는 의미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대출 승인율이 각각 11.6%, 11.2%로 대출 심사가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곳에 속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보증보험이 평가한 대출 적격자 5명 가운데 3~4명을 걸러낸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농협은행과 제주은행은 각각 73. 2%, 71.8%의 높은 승인율을 보였다. 대출 신청 3건 중 2건이 실제 취급됐다. 이는 보증보험의 평가를 최대한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서울보증 관계자는 “연체도 있고 대출금도 많아서 1금융권에서 대출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일부 은행에 많이 몰렸기 때문”이라며 “중금리 대출 모형을 구축할 때 타깃으로 삼은 금리 6~11% 사람들이 신청하면 80%는 승인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예측한 승인율 80%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다. 그냥 퍼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며 “현실을 모르는 밀어붙이기에 불과하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이같은 은행권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추기에는 사잇돌 대출 승인율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은행이 저축은행, 캐피탈 등 2금융권 이용자를 받아들이려는 위한 노력보다는 기존 은행권 대출자 가운데 신용도가 다소 떨어진 우량 고객만 선별적으로 취급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금융위가 밝힌 타깃 고객층인 “은행 대출이 어렵거나 카드론·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대출을 이용하던 사람”에도 반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민간 은행에 사잇돌 대출을 승인하라고 밀어붙이거나 무조건 퍼주라고는 할 수 없다”며 “보증보험에 통과했더라도 개별 은행의 자체 신용평가에서 떨어지는 것은 우리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금리 시장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관련 데이터도 신용평가모형도 완벽하지 않다”며 “향후 사잇돌 대출이 안착해 중금리 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시스템도 안정화되고 4~7등급 중신용 서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ktae9@kukinews.com

김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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