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태구 기자] 농협금융지주는 상반기 비상경영을 통해 1조300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이는 적자를 감수하고도 부실을 털어내야 한다는 김용환 회장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용환 회장은 지난해 4월 취임한 후 ‘소통, 현장, 스피드, 신뢰’라는 4가지 경영 철학을 중심으로 농협금융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 왔다. 그는 일각의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빅배스(대규모 손실반영)를 단행했다. 김 회장을 만나 그 배경을 들어봤다.
-농협금융은 어떤 조직이고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농협금융은 농촌, 농민의 수익증대와 편익을 도모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설립된 농협의 수익센터다. 따라서 많이 벌어서 농촌과 농민에게 많이 돌려주고 지역사회 공헌도 활발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은행, 보험, 증권 등 기존 금융 분야뿐 아니라 핀테크나 해외진출과 같은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도 주력하고 있다.
-빅배스를 단행했는데, 그럴 이유가 있었나
▲적자를 보더라도 다 털고 가자는 의미에서 대규모 충당금을 쌓는 빅배스를 단행했다. 그동안 대기업 여신관리에 다소 문제가 있었다. 지난해 농협금융 회장에 취임해 보니까 조선, 건설, 해운 등은 완전히 막다른 골목에 있었다. 이런 산업의 부실 여신을 한번은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충당금 적립률도 82%로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중앙회 이사진과 협의를 거쳐 올해 총 1조8000억원의 충당금을 쌓기로 했다. 충당금을 조금 쌓고 이익을 내면 일시적으로는 좋겠지만 한번은 털어야 빨리 회복해서 더 많은 배당을 농민들에게 돌려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더 빨리 충당금을 쌓지 못했나
▲취임 후 1년간은 빅배스를 단행하기 위한 제도와 시스템을 갖추는데 주력했다. 취임 후 산업분석팀과 감리 인원을 충원하고 여신심사와 연결해서 143개 업종을 다시 분석했다. 또한 부실징후 조기경보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런 제도적 시스템을 갖추는 데 1년이란 시일이 걸렸다. 앞으로는 부실 사태가 날 수 없도록 제도를 갖춰 놓은 후 자신 있게 빅배스 카드를 꺼낼 수 있었다.
-빅배스 후 수익 창출에 이상은 없는가
▲다행이 계열사별로 비상대책회의를 갖는 등 열심히 해서 올해 금융지주는 전체적으론 흑자가 날 것 같다.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지만 충당 전 ROE(자기자본이익률)는 13%다. 신한 등 다른 금융지주와 비슷 수준이다. 또 다른 금융지주가 대부분은 수익이 은행에서 나오고 있다면 우리는 은행이 60%, 증권·보험·저축 등 비은행 부문이 40%의 수익 구조를 갖고 있다. 굉장히 돈을 잘 벌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다. 저금리 사회, 고령화 사회에서는 비은행부문의 성장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핀테크 사업과 해외진출에서도 다른 금융지주와 차별화된 전략을 갖고 있다.
-해외진출이 좀 늦은 감이 있는데, 차별화된 전략은 있나
▲지금까지 금융사들의 해외진출은 국내 기업이나 교포 상대로 하는 지점이나 현지법인을 만드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런 형태로는 앞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 우리는 비록 늦었지만 그만큼 이미 진출한 은행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농협금융은 합작이나 지분투자의 코파이낸싱(co-financing·공동투자)으로 나가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의 농협 조직과 비슷한 중국 공소그룹과의 합작이다. 이처럼 각 나라에 있는 농업관련 부서를 활용할 수 있다. 금융이 먼저 개척하면 농협의 상품과 유통이 뒤이어 진출할 수 있다. 농협의 가치를 100% 활용하는 것이다. 금융과 유통 및 경제축산이 연계하면 엄청난 시너지가 난다. 이것이 농협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이자 차별화된 성장가능성이다.
-농협금융이 앞으로 키워야 할 부분은
▲투자금융(IB)은 강하지만 자산관리 및 운용이 좀 약하다. 이쪽을 앞으로 키워야 한다. 특히 개인 및 퇴직 연금시장에 대한 상품을 개발과 마케팅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아문디자산운용과 협력해 NH자산운용도 정비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금융인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콘텐츠를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 콘텐츠가 강한 사람이 오래간다. 또한 최근처럼 빨리 바뀌고 있는 사회에서는 경험이 중요하다. 어떤 큰 난관에 부딪혔을 때 해결할 방법은 경험에서 나온다.
혼자 생각할 시간을 많이 갖는 것도 좋다. 우리 직원들에게도 주말에는 영화나 책을 보던지 여행을 다니면서 생각을 많이 하라고 조언한다. 인터넷 시대이기 때문에 모든 정보가 오픈 돼 있다. 예전처럼 학습을 통해서만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정보가 오픈 된 상태에서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