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앞바다에 100t 상당 유해물질 함유 소포제 방류… 노후한 고리 1호기 96.6%로 압도적
-추가 폐기물 방류 의혹… “지역생계 담보로 한 부도덕성 만연, 전수조사 필요”
-디메틸폴리실록산, 해수부-업계 유해물질 판단 기준 상이… 지역주민만 발 동동
-울산환경운동연합 “정부, 울산 앞바다 쓰레기 처분장쯤으로 생각”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동해안 원전에서 유해물질이 든 소포제 100톤 상당이 무단 방류된 가운데 노후화로 내년 6월 가동이 중단될 예정인 고리 1호기에서만 96.6%의 유해물질이 방류돼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해당 고리에 거품저감장치가 설치되지 않아 거품 제거제(소포제)를 다수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해명이 나왔지만, 고리·신월성 등 복수의 원전 또한 배수 문제로 거품제거장치가 설치돼있지 않았기 때문에 고리 1호기에 몰린 방류량은 의문점을 남긴다. 해당 노후 원전에서 제2의 유해물질 방류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가운데 지역주민들의 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다.
‘노후 원전’ 신고리 1호기에서만 96.8톤… 제2의 폐기물 방류 가능성도
25일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자료를 근거로 공개한 보도문에 따르면 울산 고리 1·2발전소, 신고리 1발전소, 월성 3발전소(신월성 1·2호기)에서 유해물질로 알려진 디메틸폴리실록산이 든 거품 제거제가 100.16톤가량 방류됐다.
해당 자료에서 고리 1호기는 2011년 28톤을 방류한 데 이어 2012년 16.6톤, 2013년 14.5톤, 2014년 12.9톤, 2015년 16.1톤, 그리고 2016년 8.7톤으로 총 96.8톤을 방류했다. 이는 고리2 발전소(3톤), 신고리1 발전소(0.3톤), 월성3 발전소(0.06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로, 전체 방류량의 96.6%를 차지한다.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는 노후 원전에서 압도적인 비율로 유해물질이 방류된 데에 의문을 제기했다. 아울러 과거부터 노후 원전의 안전대책 미흡이 수차례 문제점으로 지적된 상황에서 유해물질 방류마저 노후 원전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원전의 효용성과 위험성을 저울질하는 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동 중단 9개월여를 남기고 노후 원전에서의 추가 유해물질 방류 의혹도 피어오르고 있다.
원전은 냉각수(온배수)를 배출할 때 바닷물과의 온도 차이로 기포성 거품이 생겨 민원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거품 차단막, 소포제 등을 사용해 이를 없앤다. 디메틸폴리실록산(디메틸)은 바로 이 소포제에 함유된 물질이다.
디메틸폴리실록산은 실리콘에 산소와 메틸기가 결합한 단량체가 연결된 점성액체이다. 무색투명하며 냄새가 없어 사전에 알아채기 힘든데, 사람이 마시거나 기체상태에서 흡입하면 구토, 설사, 메스꺼움 등을 유발한다.
디메틸폴리실록산은 ㎏당 1300원으로 친환경 소포제(1700원)보다 400원가량 저렴하다. 비용절감 차원에서 발전소들이 디메틸폴리실록산을 쓴 셈인데, 지역주민의 건강을 담보로 이익창출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해당 물질은 엄연히 해양수산부(해수부)에서 ‘유해액체물질’로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이 아니다. 28일 한수원이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실에 제출한 ‘국내 원전 대형폐기물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1998년 고리원전 1호기에서 나온 증기발생기는 지금까지 19년 동안 고리본부 내 제4방사성폐기물 저장고에 방치됐다. 노후 원전에서 재질 등에 부식·균열이 생겨 교체하는 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교체 뒤 생긴 폐기물이 그대로 원전본부 내에 남겨진 것이다.
고리1호기는 지난달 30일 마지막 발전을 재개했다. 내년 6월18일 가동중지를 앞두고 막바지 ‘뽕 뽑기’ 들어간 것인데, 노후 원전의 허술한 폐기물 및 유해물질 관리실태가 드러나자 관련 업계와 지역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 1호기가 2008년부터 계속 운전을 하며 단 한 차례도 고장사고가 없었다며 완벽한 안전대책 수립을 장담한 바 있다.
김익중 원자력안전위원(동국대 교수)은 “지역주민들의 생계를 담보로 한 원자력사업의 부도덕성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라며 “디메틸폴리실록산의 다른 유해성에 대해서도 연구가 필요하고, 특히 노후 원전인 고리 1호기에서 왜 압도적인 양의 방류가 있었는가를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유해물질에 관한 포괄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환경운동단체 또한 “디메틸폴리실록산은 결코 안전한 물질이 아니다”면서 “100톤이라는 양이 바다에 흘려질 경우, 물질 특성상 농축될 우려가 있고, 농축된다면 인체에 유해한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해당 물질만 하더라도 산업부와 해수부의 유해물질 판단 기준이 다를 정도로 정부의 유해물질관리 규정이 체계화되어 있지 못하다”면서 “유해물질관리 정비를 비롯한 관련규정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헐거운 관리감독,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사회에
해수부는 2008년 ‘선박에서의 오염망지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당시 디메틸폴리실록산을 유해액체물질에 포함시켰다. 해양환경관리법상에도 유해액체물질로 분류해 해양배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발전사측은 환경부가 디메틸폴리실록산을 유해물질로 분류하지 않은 것을 근거로 방류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디메틸폴리실록산은 ‘선박에서의 오염방지에 관한 규칙’에서 유해액체물질 Y류에 포함돼있다. Y류는 X(심각한 위해) 다음 단계로, 해양자원이나 인간의 건강에 위해를 끼치거나 해양의 쾌적성이나 해양의 적합한 이용에 위해를 끼치는 것으로서 해양배출을 제한하는 유해액체물질로 관리되고 있다.
발전사측은 제한적으로 해당 소포제가 사용될 수 있다고 판단해 반복·지속적으로 방류해왔다. 그러나 해수부는 이 물질을 해양에 배출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못 박았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번 무단 방류는) 발전소에서 일방적으로 약품을 갖다 버린 거라고 우리는 해석하고 있다”면서도 “유해액체물질 목록을 (발전소에) 사전 통보하고 행정지도를 해야 하는데 그러진 못했다”고 인정했다.
또 “원전 항만은 시·도에서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면서 고리 1호기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방류량을 보인 것에 대해서는 “거품이 많이 나서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상 말씀드리기 힘들다”고 답했다.
다만 몇 년 째 무단 방류되고 있었음에도 전혀 알아채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유해액체물질 545종을 다 감독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도 “(수질조사를) 우리가 철저하게 못한 것은 사실이다”고 인정했다.
이렇듯 주무부처와 관련 업계가 엇박자 행정으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 1차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사회에 돌아가고 있다.
김형근 울산환경운동연합 국장은 “이번 일로 비춰볼 때 정부는 2012년 유해물질을 방류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그 순간에도 지속·조직적으로 유해물질을 방류하고 있었던 게 된다”면서 “울산 앞바다를 쓰레기 처분장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한 “고리 1호기에서만 다량 방류된 것도 의문이다. 이론상 디메틸폴리실록산 외 다른 유해물질이 없다고 하지만… (모르는 일이다.) 방류를 하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 수 없다. 발전소 관련 내용은 주민들에게 잘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 해당 원전은 해경 수사와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전수 조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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