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고리 건설허가, 핵 마피아들의 허구·반민주성 실감”

[인터뷰] “신고리 건설허가, 핵 마피아들의 허구·반민주성 실감”

기사승인 2016-08-31 10:43:18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울산 주변은 세계 최대 규모의 원자력발전소(원전) 단지다. 현재 울산은 고리 1~4호기, 신고리 1~4호기, 월성 1~4호기, 신월성 1~2호기 등 원전 14기에 둘러싸여 있다. 내년 6월 고리 1호기가 가동 중단되지만 앞서 건설 허가가 떨어진 신고리 5·6호기가 완공되면 15기의 원전이 한 지역을 둘러싼 모양새가 된다.

지난 7월 울산 앞바다에서 관측 이래 최대인 규모 5.0지진이 발생했다. 한반도 지진 관측사상으로는 역대 5위에 해당한다. 지역주민들은 건물이 심하게 흔들리는 경험을 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으레 몇 년 전 ‘유령도시’가 된 일본 후쿠시마를 떠올린다.

얼마 전에는 지역 전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악취가 진동했다. 반면교사(反面敎師)가 절실하지만 울산 시민단체는 원전 관리당국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다. 갖은 의혹이 산재하지만 명쾌하게 해명된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사회 최악의 재앙으로 손꼽히는 원전사고를 이제 가시권에 맞닥뜨린 울산시, 현 원전 안전대책에 대해 김형근 울산환경운동연합 국장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가 났다. 지역사회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심의 당시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문제기 때문에 개별 호기를 각각 평가하는 결정론적 방식 밖에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문제인 다수호기 위험성이 묵살됐다.

시민사회에서는 전력이 남아돌고 있는 상황이고 전력수급계획에서의 전력수요전망이 과다하게 부풀려졌기 때문에 급하게 결정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그리고 다수호기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는 건설승인을 하지 말아야한다는 입장이었다.

건설 승인을 둘러싼 조건이 그러함에도 세 차례의 심의를 하고나서 바로 결정 표결로 들어갔다. 결국 미리 짜 놓은 일정에 맞추기 위한 통과의례였던 거다. ‘대국민 쇼’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우리는 지역사회에 대대로 영향을 미칠 사안을 해당 지역과 상관없는 9인이 결정하는 과정을 봤다. 핵 마피아들의 손아귀에서 잘 짜인 각본의 쇼가 펼쳐지는 것 같았다. 이를 보며 핵관련 기관들의 허구성과 독점적 지위에서 오는 반민주성, 폐쇄성을 실감했다.

(유관기관에 대한) 의존적인 미련은 전혀 없다. 기대하지도 않고, 단지 정치적으로 그들에게 저항할 수 있는 틈들을 모색하고 있다.

고리 1호기가 가동 중단을 앞두고 있는데

고리 1호기를 정지하면서 신고리 5,6호기가 추가로 건설되기에 조삼모사보다 더한 계산을 한 셈이다. 또 고리 1호기 해체를 두고 ‘원전해체센터’가 마치 황금알 낳는 거위 같은 신기루를 퍼뜨리고 있는 중인데, 이는 추가적인 핵발전소 건설을 부추기는 개념 없고 정신없는 짓이다. 

핵을 역사의 뒤편으로 물러서게 함과 동시에 새로운 대안의 에너지 체제로의 진입을 알리는 ‘핵에너지 체제 종결과 재생에너지 허브 센터’가 적극 추진돼야 역사의 진보를 따라가는 길이 될 것이다.

원전 관련 쟁점은 무엇인지

-한 부지 내 다수호기 문제부터 해서 신고리 5, 6호기를 포함한 핵 단지가 인구수와 비교해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의 최고의 밀집도를 보인다는 게 계속 문제로 제기돼왔다. 또한 고리와 신고리 인근에 양산단층이나 일광단층 등 지진가능성이 큰 단층들이 밀집해 있다는 지적도 계속 얘기되고 있다.

현재 해저지진분석에 대한 연구는 제로다. 거기다가 원자로를 식히기 위한 냉각수가 순환하고 난 후 온배수로 배출될 때 고열로 인한 물거품을 제거하기 위해 독성이 있는 법정 유해물질인 디메탈폴리실록산을 2011년부터 꾸준히 사용해 방류하기까지 했다.

이 외에도 수없이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되지만 해명되지 않은 게 대부분이다.

지진에 대비한 울산지역 원전 안전관리가 어느 수준이라 보는지

-최근 일어난 지진은 울산지역의 관측 이래 최고 규모였다. 한반도 지진 관측사상 역대 5위의 규모이며 2000년대 들어 3번째다. 특히 그동안 울산 앞바다에서는 1991년 이래로 작게는 규모 2에서 크게는 규모 4.6까지 총 38회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에 비해 지진 관련 대응책은 초등학생 대상의 대피요령 고지 수준이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 그리고 발생 직후의 정보에 대한 시민 알림이 기장 중요한데, 최근 지진이 발생했을 때 울산시청의 독자적인 알림은 전무했다. 국민안전처 역시 날짜가 틀리는 등 허술하기 이를 데 없다.

원전사고를 대비한 주민 안전시설은 어떻게 마련돼있는지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진행되면 울산은 16기의 핵발전소에 둘러싸이는데, 울산광역시 120만 명 인구 가운데 방사선비상계획구역 30km 안에 113만4296명(2015년 5월 기준)이 살게 된다.

하지만 핵발전소에서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일어날 때 30km 이내에 거주하는 울산시민 113만 명의 방사능 피폭을 막아줄 의미 있는 지정대피소는 울산 관내에 단 한 곳도 없다. 단지 구호소라는 이름으로 고리핵발전소 기준 114개, 월성핵발전소 기준 205개가 월성과 신고리 핵발전소의 30km안에 지정돼있을 뿐이다. 

울산시 방사능방재 대책 매뉴얼에는 지진발생 시 방사능 환경평가 이후 필요시에 울산시민을 타 지자체(밀양, 청도, 경산, 경주 등)로 대피시킨다고 돼 있을 뿐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사고 시 대기확산에 따른 방사성 물질 확산시나리오와 도로교통상황을 예상한 대피시나리오를 결합한 대피경로의 확보인데, 이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이고 일차원적인 구호소 지정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별 지급물품도 문제다. 방호요원으로 투입될 인력에게 지급되는 방호복을 제외하면 갑상선 방호약품(1인2정)이 전부다.

큰 지진이 발생했을 때 울산 상황을 시뮬레이팅 한다면

-양산단층, 일광단층 등 신고리 부근의 8개의 단층에서 지진이 일어날 수가 있다. 기록상으로는 울산 앞바다 30km 해상에서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지진이 발생하면 진앙에서의 거리와 지진 자체의 규모에 비례해 피해를 입는다. 고리, 신고리 원전의 내진설계는 대략 규모 6.5~6.9 정도에 해당해 한반도 예상 최대지진 규모 7.5에 비해 20~30배 낮은 규모다. 

후쿠시마와 같은 핵폭발과 방사성물질 누출 및 원자로의 멜트다운 등의 상황이 다수호기에서 훨씬 심하게 전개되고, 특히 미포산업단지 등 2개의 대규모 국가산업단지가 밀집한 곳에 영향을 미친다면 위험한 화학물질이 밀집된 산업구조상 상상한 것 이상의 2차 피해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

방사성 물질의 지속적인 누출로 산업시설은 무용지물이 되고, 이곳은 결국 ‘버림받은 땅’으로의 전락할 것이다.

지역사회엔 어떤 변화가 있는지

-식자층이 먼저 위험성을 자각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이 어느 특정 인물이나 단체 중심의 한정된 활동으로만 제한되지 않는다. 특히 말로만 듣던 지진을 직접 몸으로 직접 경험한 이후에는 논리나 이론이 아닌 현실의 문제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러나 여전히 시민들은 제대로 된 정보의 한계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향후 활동계획은

-시민들이 핵 재앙의 가능성에 대해 보다 실질적이고 객관적인 이해를 할 수 있는 토론회, 전시회를 열려고 한다. 참여단체 각자가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캠페인을 조직하는 한편 다가올 대선에서 우리의 뜻이 관철될 수 있는 대선 후보들이 많아져서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한국에서 탈핵을 목표로 정책을 구성할 수밖에 없는 그런 정치적 분위기를 형성할 것이다.

또한 대안으로 태양, 바람 등 자연을 이용한 재생에너지의 도입을 위해 제도적으로 요구할 것이며, 동시에 미니 태양광 패널 설치와 같은 대안에너지를 실생활과 연결시키는 모델을 확대할 것이다.

dne@kukinews.com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이다니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